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 기사를 보다가, 이 회사가 정확히 무엇을 팔아서 이 돈을 버는지 막힌 적 있으시죠? 신약을 개발해 파는 것도 아니고 약국에 물건을 넘기는 것도 아닌데, 반년 만에 2조 5,780억 원이 들어왔어요.
답부터 말하면 이 회사는 다른 제약사의 약을 대신 만들어주고 생산 대가를 받습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 2조 5,780억 원과 영업이익 1조 1,672억 원이 사실상 전부 여기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대신 만들어준다는 설명만으로는 영업이익률 40%대가 납득되지 않아요. 단순히 공장을 빌려주는 임대업이라면 이런 이익률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차이는 이 회사가 파는 것이 공간이 아니라 규제기관 승인을 통과한 생산 공정이라는 데 있습니다.
위탁생산은 공장을 빌려주는 일이 아니다
제약사가 항체의약품 하나를 개발하면 그 약을 만들 공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바이오의약품 공장은 짓는 데 몇 년이 걸리고 조 단위 돈이 들어가요. 그래서 개발과 판매에 집중하고 생산은 밖에 맡기는 제약사가 생깁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받아오는 일이 이 생산입니다. 회사는 이 사업을 위탁생산, CMO로 부르고 2011년 설립과 동시에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매출의 대부분이 여기서 나옵니다.
맡기는 쪽이 세포주도 공정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있어요. 이때는 약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 설계하는 단계부터 넘깁니다. 회사는 이 서비스를 위탁개발, CDO로 구분해 2018년에 출범시켰고, 2025년 6월에는 삼성 오가노이드를 내놓으며 위탁연구까지 범위를 넓혔습니다.
임대업과 갈리는 지점은 규제에 있습니다. 식약처나 미국 FDA는 완제품만 보지 않고 그 약을 만든 제조소를 함께 심사해요. 고객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서 만들겠다고 등록하면, 나중에 공장을 옮길 때 승인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합니다.
회사가 공개한 글로벌 규제기관 승인은 2026년 기준 누적 464건입니다. FDA 60건, 유럽 EMA 59건, 나머지 기관이 345건이에요. 한 번 물량을 받으면 계약이 길게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고, 그 구조가 이익률로 나타납니다.

다만 지금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년 전과 회사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분할 뒤 이 회사에 남은 사업과 떠난 사업
예전 실적 기사를 찾아보면 매출 4조 5천억 원이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2025년까지의 이 숫자에는 바이오시밀러를 만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함께 들어가 있었어요.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는 2025년 10월 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을 의결했습니다. 분할기일은 2025년 11월 1일이고, 존속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사업부문만 남겼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비롯한 자회사 관리와 신규투자는 새로 세운 삼성에피스홀딩스로 넘어갔어요.
회사가 밝힌 분할 이유는 고객사와의 관계였습니다. 생산을 맡기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위탁받은 회사가 바이오시밀러로 자기와 경쟁하는 상황이 불편할 수 있어요. 이 우려를 없애고 순수 CDMO로 서겠다는 것이 회사가 내세운 목적입니다.
그래서 2026년부터 나오는 숫자는 성격이 다릅니다. 1분기 매출 1조 2,571억 원과 영업이익 5,808억 원, 2분기 매출 1조 3,209억 원과 영업이익 5,864억 원은 모두 위탁생산만으로 만든 값이에요. 바이오시밀러 실적이 섞여 있던 예전 수치와 그대로 견주면 회사를 잘못 읽게 됩니다.
그러면 이 매출은 어디서 만들어질까요. 답은 공장 안에 있는 배양기 용량에 적혀 있습니다.
매출이 나오는 자리는 84만 5천 리터다
바이오의약품은 세포를 키워서 만들기 때문에 생산량이 배양기 부피로 결정됩니다. 그래서 이 업계는 생산능력을 리터로 세요. 회사가 공개한 총 생산능력은 84만 5천 리터입니다.
인천 송도 공장부터 보면 1공장 3만 리터, 2공장 15만 5천 리터, 3공장 18만 리터입니다. 여기에 단일 공장으로 가장 큰 4공장 24만 리터와 2025년 4월 가동을 시작한 5공장 18만 리터가 붙어요. 마지막 6만 리터는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시설이고, 2026년 3월 31일 인수를 마치며 더해졌습니다.

그러면 이 용량이 매출로 얼마나 바뀌는지 직접 나눠볼 수 있어요. 상반기 매출 2조 5,780억 원을 두 배 해 연간으로 환산하면 5조 1,560억 원입니다. 이 값을 완전가동 중인 1~4공장의 60만 5천 리터로 나누면 리터당 850만 원 안팎이 나옵니다.
이 값은 위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상반기 매출에는 5공장과 록빌이 초기 가동으로 올린 몫도 섞여 있어서, 1~4공장만의 매출을 딱 떼어낼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새 공장이 붙일 수 있는 매출의 크기를 가늠하는 데는 쓸 만합니다. 5공장 18만 리터가 다 차면 연 1조 5천억 원 안팎, 록빌 6만 리터는 5천억 원 안팎이 상한선이에요. 회사가 발표한 수치가 아니라 공시된 매출과 생산능력을 나눈 값이라, 제품 단가와 실제 가동률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계산을 해두면 수주 공시를 볼 때 헷갈리지 않습니다.
수주 공시 금액을 그해 매출로 읽으면 안 되는 이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큰 계약을 딸 때마다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를 냅니다. 조 단위 금액이 찍히다 보니 그해 매출이 그만큼 늘어난다고 읽기 쉬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회사의 위탁생산 계약은 보통 6~7년 단위로 맺습니다. 공시에 적히는 금액은 계약 전 기간을 합친 값이라, 한 해 매출로 잡히는 몫은 그중 일부예요. 2025년 4월에 시작해 2031년 12월에 끝나는 계약처럼 종료일이 함께 적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금액을 세는 기준도 따로 있습니다. 회사는 수주총액을 최소구매물량 보전, 이른바 take or pay 조건이 붙은 제품 매출액 기준으로 집계해요. 고객사가 실제로 덜 가져가더라도 최소한 이만큼은 값을 치르기로 약속한 물량이라는 뜻이고, 이 물량이 정해지기 전에는 공시 대상에 들어가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적 수주와 실제 납품액은 벌어집니다. 2026년 2분기 기준 누적 수주는 243억 달러이고, 이 가운데 확정 계약이 217억 달러, 비확정 계약이 26억 달러예요. 비확정으로 잡힌 26억 달러는 아직 최소구매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몫입니다.

신규 수주 속도는 실적과 따로 움직입니다. 2026년 상반기 확정 신규 수주는 약 5억 달러로, 3조 3,550억 원을 채웠던 2025년 상반기보다 크게 줄었어요. 3월 유럽 제약사와 맺은 2,796억 원 계약을 4월에 3,499억 원으로 늘린 것 외에 대형 신규 계약은 7월 말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매출은 사상 최대인데 신규 수주는 뜸한 구간이 실제로 생긴다는 뜻입니다. 둘을 같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분기 실적에서 먼저 볼 세 숫자
분기마다 나오는 자료를 다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위탁생산 회사는 확인할 것이 정해져 있어요.
첫째는 매출과 영업이익률을 함께 보는 것입니다. 공장을 새로 돌리기 시작하면 감가상각비와 인건비가 먼저 나가서 이익률이 눌려요. 실제로 회사는 5공장과 록빌의 초기 가동 비용이 반영된 2026년 상반기에도 40%대를 지켰고, 이 숫자가 무너지는지가 신규 공장이 제 몫을 하는지 보여줍니다.
둘째는 수주 공시를 건별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금액만 보지 말고 계약 종료일을 찾아 몇 년에 걸친 계약인지 확인하고, 신규 계약인지 기존 계약의 증액인지 나눠 보세요. 2026년 상반기처럼 증액만 이어지는 구간과 대형 신규 계약이 들어오는 구간은 의미가 다릅니다.
셋째는 가동에 들어간 생산능력입니다. 앞에서 계산한 리터당 850만 원 안팎을 새로 도는 용량에 곱해보면, 다음 분기에 매출이 얼마나 늘 수 있는지 상한이 잡혀요.
반대로 굳이 따라가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있습니다. 개별 고객사의 신약이 임상에서 성공했는지는 이 회사의 그해 매출을 좌우하지 않아요. 최소구매물량이 걸린 계약이라면 물량이 줄어도 받기로 한 금액이 남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가 공시로 확인되는 범위입니다. 환율이 조금만 움직여도 수출 비중 92%가 넘는 이 회사의 이익은 달라지고, 대형 수주 한 건이 들어오면 앞의 계산은 다시 짜야 해요. 숫자를 직접 확인하려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사업보고서와 회사 IR 페이지의 실적발표 자료를 보시면 되고, 이 글은 투자 판단을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종목 하나를 뜯어볼 때 어디부터 봐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날이 있어요. 사업보고서와 공시 숫자로 회사 구조를 갈라 보는 글을 계속 받아보고 싶으시면 즐겨찾기에 담아두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분할할 때 기존 주주는 주식을 어떻게 받았나요? A. 기존 주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과 삼성에피스홀딩스 주식을 0.6503913 대 0.3496087의 비율로 교부받았습니다. 두 회사는 2025년 11월 24일 유가증권시장에 각각 변경상장과 재상장으로 거래를 재개했습니다.
Q. 미국 록빌 공장은 어디서 사 온 건가요? A.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메릴랜드주 록빌 생산시설을 사들였고, 2025년 12월 계약 발표 뒤 2026년 3월 31일 인수를 마쳤습니다. 제조동 두 개에 6만 리터 규모의 원료의약품 공장이며, 인수 주체는 미국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입니다.
Q. 5공장을 짓는 데 돈이 얼마나 들었나요? A. 회사가 밝힌 5공장 총 투자비는 1조 9,800억 원이고, 생산능력은 18만 리터입니다. 인천 송도 11공구의 제2바이오캠퍼스 부지에 세워졌습니다.
Q. 규제기관 승인 464건은 무엇을 센 숫자인가요? A.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서 만든 의약품이 각국 규제기관의 제조 승인을 받은 건수를 누적으로 센 값입니다. 2026년 기준 FDA 60건, EMA 59건이고 나머지 345건은 일본 PMDA와 식약처 등 다른 기관에서 받은 승인입니다.
Q. 환율이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주나요? A. 수출 비중이 92%를 넘는 구조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매출과 이익이 늘어납니다. 회사도 2026년 2분기 실적을 설명하면서 공장 가동률과 함께 환율을 실적 요인으로 들었습니다.
Q. 경쟁 회사는 어디인가요? A. 스위스 론자가 대표적인 경쟁사이고, 이 회사 역시 최근 사업을 재편해 순수 CDMO 체제로 옮겨갔습니다. 생산능력만 놓고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84만 5천 리터로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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