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수출을 조 단위로 했다, K바이오 역대급 계약이다, 이제 로열티만 기다리면 된다. 에이비엘바이오 이야기가 나오면 늘 따라붙는 말입니다.
계약 규모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에요. 2026년 6월 30일 기준 반기보고서에 적힌 총계약금액은 사노피 건이 10억6000만달러, GSK 건이 21억4010만파운드, 릴리 건이 26억200만달러입니다.
그런데 같은 보고서에는 반환의무가 없는 수취금액이 따로 적혀 있습니다. 사노피 건 1억2500만달러, GSK 건 3850만파운드, 릴리 건 4000만달러입니다. 앞의 숫자는 마일스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달성했을 때의 상한이고, 뒤의 숫자가 지금까지 확정된 돈이에요.
상반기 실적으로 넘어가면 이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2026년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수익은 328억4000만원인데, 이 돈은 약을 팔아서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영업수익 328억은 무엇을 팔아서 들어온 돈일까?
반기보고서의 「주요 제품 및 서비스」 항목에는 제품 목록 대신 한 문장이 놓여 있습니다. 제품 또는 상품의 판매에 따른 영업수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2026년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수익 328억4000만원은 100%가 기술이전수익이에요. 회사가 만든 약을 병원이나 도매상에 넘겨서 생긴 돈이 아니라, 후보물질과 플랫폼을 다른 제약사가 쓰게 해주고 받은 돈입니다.

보고부문도 하나뿐입니다. 사업부가 여럿이라 어느 쪽이 잘되고 어느 쪽이 부진한지 나눠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기술이전 하나로 묶여 있어요.
같은 보고서의 「매출 및 수주상황」에서 수주현황은 해당사항 없음으로 처리돼 있습니다. 건설사나 조선사처럼 확정된 주문 잔고를 세어 앞으로 들어올 돈을 가늠하는 방식이 이 회사에는 쓰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 기술이전수익은 언론이 조 단위로 옮겨 적는 그 계약금액에서 나온 걸까요?
사노피와 GSK에서 실제로 받은 계약금
기사 제목에 붙은 총액을 그대로 놓고 계산기를 두드려 본 적 있으시죠? 그 숫자는 두 덩어리를 더한 값입니다. 계약할 때 바로 받고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돈이 한쪽이고, 임상 단계를 넘거나 허가를 받거나 판매가 일정 수준을 넘을 때마다 나눠 받기로 한 돈이 다른 쪽이에요.
2026년 6월 30일 기준 반기보고서는 계약마다 이 둘을 갈라 적어 둡니다. 사노피 건의 총계약금액은 10억6000만달러입니다. 이 가운데 반환의무가 없는 수취금액은 1억2500만달러예요.
GSK 건의 총계약금액은 21억4010만파운드입니다. 반환의무가 없는 수취금액은 3850만파운드입니다.
릴리 건의 총계약금액은 26억200만달러입니다. 반환의무가 없는 수취금액은 4000만달러예요.
두 숫자의 간격은 직접 나눠 보면 손에 잡힙니다. 수취금액을 총계약금액으로 나누면 사노피 건은 약 11.8%가 나옵니다. GSK 건은 약 1.8%, 릴리 건은 약 1.5%입니다.

계약상대방 이름도 한 번 확인해 둘 만합니다. 사노피 건의 계약상대방은 보고서 각주에 Genzyme Corporation으로 적혀 있고, 사노피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라는 설명이 붙어 있어요.
그런데 상반기에 이 계약금들이 새로 들어와서 328억4000만원이 찍힌 것은 아닙니다.
328억은 새로 들어온 돈이 아니라 작년에 받아 둔 돈이다
기술이전 계약금은 받은 해에 전부 매출로 잡히지 않습니다. 회사가 앞으로 해줘야 할 일이 남아 있으면 받은 돈을 계약부채로 쌓아 두고, 일이 진행되는 동안 나눠서 수익으로 인식해요.
반기보고서 주석 14를 보면 2026년 상반기 영업수익 328억4000만원은 전액이 기초 계약부채에서 인식한 금액입니다. 상반기에 새로 체결한 계약에서 나온 돈이 아니라, 이전에 이미 받아 둔 돈을 회계상 나눠 인식한 결과라는 뜻입니다.
계약부채 잔액이 그 흐름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전기말 591억1200만원이던 계약부채는 2026년 6월 30일 기준 262억7200만원으로 줄었어요. 줄어든 328억4000만원이 상반기 영업수익과 정확히 같은 금액입니다.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취채권도 같은 기간에 591억1200만원에서 0원이 됐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작년 상반기보다 크게 줄었는데, 줄어든 원인은 계약이 없어져서가 아닙니다.
전년 동기 779억에서 57.9% 줄어든 이유
작년 같은 기간과 견주면 폭이 큽니다. 2025년 상반기 영업수익은 779억700만원이었고, 2026년 상반기는 328억4000만원입니다. 57.9% 줄어든 셈이에요.
차이를 만든 것은 계약 건수가 아니라 인식 방식입니다. 2025년 상반기에는 735억7700만원이 한 시점에 인식됐습니다. 계약상 해줘야 할 일이 그 시점에 끝난 것으로 보고 한꺼번에 수익으로 잡은 금액입니다.
2026년 상반기는 반대입니다. 328억4000만원 전액이 기간에 걸쳐 인식됐어요. 같은 성격의 계약이라도 언제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반기 숫자가 이만큼 벌어집니다.
지역별 수익 구성도 함께 뒤집혔습니다. 2025년 상반기에는 영국에서 731억7700만원이 나왔어요. 같은 기간 미국은 43억2900만원, 국내는 4억원이었습니다. 2026년 상반기에는 미국이 100%입니다.

다만 이 구분은 고객의 지역별 위치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 어느 파트너에서 나온 돈인지까지는 반기보고서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10% 이상을 차지하는 고객의 수익 금액이 상반기 영업수익 전액과 같다는 것만 확인됩니다. 상반기 수익이 사실상 한 곳에서 나왔다는 뜻이에요.
다만 총계약금액을 놓고 앞으로 들어올 돈을 세어 볼 때 한 가지 더 빼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총계약금액을 혼자 다 갖는 것은 아니다
계약서에 적힌 총계약금액이 그대로 이 회사 몫이라고 읽으면 계산이 어긋납니다. 반기보고서에는 일부 계약의 수익을 다른 회사와 나누기로 한 내용이 함께 적혀 있어요.
ROR1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약물 접합체 ABL202가 그런 경우입니다. 이 물질과 CStone 관련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은 리가켐바이오와 합의한 비율로 나눕니다. Compass가 다른 회사에 재실시권을 주고 받는 수익도 배분 대상이에요.
나누는 비율이 몇 대 몇인지는 반기보고서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총계약금액에서 배분분을 빼고 남는 금액을 지금 계산해 낼 방법은 없습니다.
숫자가 아예 없는 계약도 있어요. 한독과 맺은 계약은 총계약금액과 수취금액, 계약조건이 모두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생략돼 있습니다.
여기까지 확인한 내용은 2026년 8월 11일 접수된 반기보고서에 적힌 것이고, 기준 시점은 2026년 6월 30일입니다. 마일스톤은 임상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허가와 판매가 이어져야 들어오는 돈이라, 개발이 중단되거나 계약이 해지되면 총계약금액은 그대로 남은 채 실제 수취금액만 늘지 않습니다. 계약별 최신 수치와 변경 내용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분기보고서·사업보고서와 회사가 올리는 공지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독과 맺은 계약 금액은 다른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나요? A. 반기보고서가 총계약금액과 수취금액, 계약조건을 모두 영업기밀로 생략했기 때문에 공시 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별도로 금액을 밝히는 공시나 공지를 내지 않는 한, 다른 계약처럼 숫자를 대조해 볼 수는 없습니다.
Q. 해외에 있는 법인들은 어떤 일을 맡고 있나요? A. 2026년 6월 30일 기준 연결 대상은 에이비엘바이오 주식회사와 ABL Bio USA, Inc., NEOK Bio, Inc. 세 곳입니다. 이 가운데 항체-약물 접합체 임상은 NEOK Bio가 맡고 있어, 세 법인을 한 덩어리로 놓고 보면 어느 법인에서 무엇이 진행되는지 구분이 사라집니다.
Q. 남은 계약부채 262억7200만원은 언제 수익으로 잡히나요? A. 인식 시점을 예고하는 공시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계약상 남은 의무가 이행되는 정도에 따라 나눠 인식되는 금액이라, 하반기와 다음 해에 얼마씩 잡히는지는 이후 분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에서 잔액 변동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Q. 반환의무가 없다고 적힌 수취금액은 나중에 돌려줄 일이 없나요? A. 반기보고서가 그 금액을 반환의무 없는 수취금액으로 따로 구분해 적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이미 받은 금액에 대한 구분이고, 아직 받지 않은 마일스톤은 조건을 달성해야 발생하는 별개 항목입니다.
Q. 로열티는 언제부터 들어오나요? A. 로열티는 제품이 실제로 판매돼야 생기는 항목이고, 2026년 상반기 영업수익은 전액이 기술이전수익이라 로열티로 잡힌 금액은 없습니다. 수령 시점을 알리는 내용도 반기보고서에는 담겨 있지 않습니다.
Q. 반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 중 어느 쪽을 봐야 하나요? A. 계약별 총계약금액과 수취금액 표는 두 보고서에 모두 실리므로 가장 최근에 접수된 것을 보면 됩니다. 다만 반기보고서는 상반기까지의 누적치이고 사업보고서는 한 해 전체를 담기 때문에, 금액을 비교할 때는 기준 기간을 먼저 맞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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