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 관련주라는 말만 듣고 두산에너빌리티를 관심 목록에 올려뒀는데, 정작 이 회사가 원전으로 얼마를 버는지는 몰랐던 적이 있어요.
결론부터 적으면 이렇습니다. 2025년 연결 매출 17조 578억원 가운데 발전설비를 만드는 두산에너빌리티 부문의 몫은 7조 7,889억원, 45.66%입니다. 절반이 넘는 8조 7,918억원은 미국에서 소형 건설기계를 파는 두산밥캣이 채웁니다. 그리고 발전설비 7.8조 안에서도 원자력은 여러 갈래 중 하나일 뿐이고, 가스터빈과 플랜트 EPC, 해상풍력, 주단조, 심지어 도로와 아파트 시공까지 같은 회사가 함께 짊어지고 있어요. 아래에서 이 갈래들을 하나씩 이름 붙여 갈라 보겠습니다.
숫자를 다 보고 나면 원전 뉴스 하나에 실적이 통째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잡힙니다.
매출 17조 중 발전설비는 7.8조, 나머지는 어디서 나오나
두산에너빌리티는 혼자 있는 회사가 아니에요. 연결 재무제표 안에 두산밥캣, 두산퓨얼셀 같은 종속회사가 함께 들어옵니다. 그래서 뉴스에 나오는 “두산에너빌리티 매출 17조”는 발전설비 회사의 매출이 아닙니다.
2025년 부문별 순매출은 이렇게 갈립니다.
- 두산에너빌리티(발전설비·플랜트): 7조 7,889억원 · 45.66%
- 두산밥캣(소형 건설기계, 산업차량, 유압기기): 8조 7,918억원 · 51.54%
- 두산퓨얼셀(발전용 연료전지): 4,181억원 · 2.45%
- 기타(회원제 골프장 운영, 위탁운영업): 591억원 · 0.35%
영업이익으로 넘어가면 기울기가 더 가팔라집니다. 같은 해 밥캣이 6,861억원을 벌 때 발전설비 부문은 3,023억원을 냈고, 퓨얼셀은 1,0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어요. 부문 합계 8,798억원에서 연결조정 1,171억원을 덜어낸 7,627억원이 연결 영업이익입니다.
2025년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 1조 176억원에서 25% 줄어든 배경도 여기 있습니다. 회사는 손익 변동의 원인으로 자회사들의 영업이익 감소를 들었어요. 발전설비 부문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2,436억원에서 3,023억원으로 늘었는데, 연결 숫자는 반대로 움직인 겁니다.

발전설비 7.8조를 만드는 사업 5가지
이제 7.8조 안쪽으로 들어가 볼게요. 두산에너빌리티가 파는 물건은 크게 다섯 갈래입니다.
- 원자력 주기기: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펌프, 핵연료 취급 설비, 핵연료 운반 용기
- 복합화력 주기기: 대형 가스터빈, 증기터빈, 발전기, 배열회수보일러
- 플랜트 EPC: 설계부터 기자재 조달, 시공, 시운전까지 일괄 수행
- 신재생·서비스: 해상풍력 터빈 기자재와 EPC, 발전소 장기유지보수
- 주단조·건설: 주조품과 단조품 같은 기초 소재, 그리고 토목·건축 시공
국내 시장에서 이 갈래들이 차지하는 자리는 제각각입니다. 2025년 기준 국내 주기기 점유율은 원자력 100%, 가스터빈 53.4%, 증기터빈 43.4%예요. 국내 해상풍력은 59.6%를 잡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증기터빈이죠. 2024년 98.2%에서 2025년 43.4%로 내려앉았습니다. 국내 발주 구성이 해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이런 점유율은 한 해 숫자만 보고 추세로 읽으면 위험해요. 해외 점유율은 조사기관과 집계 기준(용량 하한, 중국 포함 여부)이 자료마다 달라서, 저는 아예 붙잡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형 가스터빈, 전 세계 5개사만 만드는 물건입니다
원전 다음으로 이 회사를 설명하는 단어를 하나만 고르라면 가스터빈입니다.
1,600도가 넘는 연소 가스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기계인데, 독자 기술로 만드는 곳이 전 세계에 다섯 곳뿐이에요. 두산에너빌리티, GE, 지멘스, 미쓰비시, 안살도. 두산은 2023년 7월 김포열병합에서 자체 개발 모델의 상업운전에 성공하면서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 뒤 수주가 이렇게 쌓였어요.
- 2023년 국내 1기 → 2024년 국내 4기 → 2025년 국내 2기
- 2025년 미국 5기(1.9GW)
- 2025년 말 기준 누적 12기, 공급 용량 5.7GW 이상
2026년 상반기에는 속도가 붙었습니다. 회사는 상반기에만 가스터빈 12기, 증기터빈 6기, 장기서비스 5건을 수주했다고 밝혔어요. 북미 데이터센터로 가는 가스터빈은 누적 12기가 됐습니다. 미국에서 발주된 대형 H급 18기 가운데 7기를 두산이 가져갔고, 같은 기간 GE가 6기를 받았죠.
가스터빈이 매출에서 갖는 무게는 기기값만이 아닙니다. 발전소가 30년 가까이 돌아가는 동안 고온부 부품을 주기적으로 갈아야 하고, 그 정비를 원천기술 보유사가 맡아요. 기기 한 대를 팔면 수십 년짜리 정비 매출이 뒤따라 붙는 구조입니다.

원자력과 가스터빈, 수주에서 매출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릅니다
같은 회사가 파는 물건인데도 돈이 들어오는 리듬이 다릅니다.
원자력은 계약 규모가 큽니다. 2025년 12월 체결한 체코 두코바니 5·6호기만 봐도 원자로설비 4조 9,290억원, 터빈발전기 7,111억원이에요. 두 건을 합치면 5조 6,000억원이 넘습니다. 다만 원전은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프로젝트라서, 이 금액은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매출로 인식됩니다. 2025년 4분기 수주가 9조 3,377억원으로 튀어 오른 반면 같은 분기 매출은 2조 3,597억원에 그친 것도 그래서예요.
가스터빈은 사정이 다릅니다. 복합화력은 착공 후 3년 안팎이면 준공되고, 기자재는 그보다 앞서 납품돼요. 수주와 매출 사이의 시차가 원전보다 짧습니다. 장기서비스 계약은 발전소가 돌아가는 내내 해마다 일정한 매출을 만들고요.
정리하면 이렇게 갈립니다.
- 원자력: 계약 단위가 크고, 매출 인식은 길게 늘어짐
- 가스터빈 기자재: 계약 단위는 작고, 매출 인식은 빠름
- 가스터빈 서비스: 계약 시점보다 훨씬 뒤에 오래 나눠서 들어옴
어느 쪽이 좋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원전 수주 소식에 실적을 바로 기대하면 어긋나고, 가스터빈 수주를 작다고 넘기면 몇 년 뒤 손익에서 놓친다는 뜻이죠.
해상풍력 793MW부터 아파트 시공까지
여기서부터가 이름만 아는 사람에게 잘 안 보이는 영역입니다.
해상풍력. 두산은 8MW와 10MW급 모델을 갖고 있고, 야월(104MW), 한동평대(110MW), 다대포(99MW), 압해(90MW), 전북서남권 시범단지(400MW)까지 총 793MW의 공급을 확정했어요. 2025년 12월에는 야월해상풍력 EPC를 5,750억원에 수주했습니다. 2026년 상반기 고정가격입찰에서는 금오도(160MW)와 굴업도(250MW)가 낙찰되면서, 두산 10MW 기자재가 들어가는 사업이 전량 낙찰됐고요. 안마해상풍력(532MW)에는 지멘스에너지와 협력해 터빈 제작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주단조. 원자로도 가스터빈도 결국 쇳덩어리를 녹이고 두드리는 데서 출발합니다. 두산은 연간 주조품 2만 2,000톤, 단조품과 특수강 14만 4,300톤을 만들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어요. 주단조품 평균 단가는 2023년 kg당 4,830원에서 2025년 6,678원으로 올랐습니다. 고단가 제품 비중이 늘어난 결과라고 회사는 설명합니다.
건설. 가장 의외인 대목이 여깁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 2026년 2조 9,550억원으로 전국 15위, 경남 1위에 올랐어요. 2025년에는 3조 3,931억원으로 14위였습니다. 특히 도로 공사 실적은 4,365억원으로 GS건설에 이어 전국 2위였죠. 2025년에 이 회사가 실제로 계약한 목록에는 안동 용상동 공동주택 신축공사(1,231억원), 서산 예천동 공동주택 신축공사(2,302억원), 김해 내동 공동주택 신축공사(1,230억원)가 나란히 들어 있습니다. 한국가스공사의 당진기지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4,053억원)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영동 양수발전 주기기(3,020억원)도 같은 해 계약이에요.

수주잔고 26조가 몇 년치 일감인지 계산하는 법
발전설비 회사를 볼 때 매출보다 먼저 보게 되는 숫자가 수주잔고입니다. 계산은 나눗셈 하나면 끝나요.
수주잔고 ÷ 연간 매출 = 몇 년치 일감
2025년 말 두산에너빌리티 부문의 수주잔고는 23조 3,931억원이었고, 그해 이 잔고에서 매출로 떨어져 나간 금액이 7조 8,027억원입니다. 나눠 보면 3년 치가 조금 안 되는 일감을 쥐고 한 해를 시작한 셈이죠. 2024년 말에는 잔고가 16조 2,005억원이었으니, 1년 사이에 일감이 40% 넘게 늘어난 겁니다.
2026년 들어서도 방향은 같습니다. 상반기 수주가 7조 1,225억원, 6월 말 수주잔고는 26조 3,509억원까지 올라왔어요. 같은 기간 부문 매출은 4조 1,289억원, 영업이익은 1,544억원(영업이익률 3.7%)입니다.
다만 잔고가 늘어난 만큼 이익률이 바로 따라 오르지는 않아요. 2025년 부문 영업이익률은 3.8%였습니다. 회사는 2026년 계획으로 수주 13조 3,000억원, 매출 7조 4,000억원, 영업이익 3,959억원(5.4%)을 제시했고, 2030년에는 매출 11조 7,000억원에 영업이익률 9.9%를 목표로 잡고 있어요. 어디까지나 회사가 세운 계획이라는 점은 감안하고 보시는 게 좋습니다.

원전 뉴스 말고 분기마다 확인할 숫자
여기까지 봤다면 이 종목을 볼 때 무엇을 켜 두고 무엇을 꺼 둘지 정할 수 있습니다.
단기 실적의 흔들림이 궁금하다면 두산밥캣을 보세요. 연결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만드는 곳이고, 북미 건설 경기와 관세가 바로 반영됩니다. 2025년 연결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도 여기서 시작됐어요.
중장기 방향이 궁금하다면 에너빌리티 부문 수주와 수주잔고를 보세요. 분기마다 수주 금액, 잔고, 그리고 잔고 안에서 원자력과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함께 공개됩니다. 매출은 이미 몇 년 전에 받아 둔 일감의 결과이고, 수주는 몇 년 뒤 매출의 예고편이니까요.
연료전지 소식이 눈에 띈다면 규모부터 확인하세요. 두산퓨얼셀은 국내 누적 설치용량 1,289MW 중 609MW를 공급했지만, 연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5%입니다. 주가 재료로 자주 오르내리는 것에 비해 손익에 미치는 무게는 아직 가볍습니다.
반대로 굳이 따라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있어요. 해외 원전 수출 논의나 협력 발표는 자주 나오지만, 그중 상당수는 계약으로 확정되기 전 단계입니다. 계약 금액과 발주처 이름이 붙은 공시가 나오기 전까지는 수주잔고에 잡히지 않아요.
숫자를 직접 보고 싶다면 사업보고서의 ‘사업의 내용’에서 ‘주요 제품 및 서비스’와 ‘매출 및 수주상황’ 두 항목만 열어도 부문별 매출, 그해 체결한 주요 계약, 수주잔고가 한 번에 나옵니다. 분기 실적 자료에는 부문별 수주 구성과 다음 해 계획이 함께 실려 있고요.
다만 이 글은 공시로 확인되는 사업 구조를 정리한 것이고, 투자 판단이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실제 투자를 결정하실 때는 최신 공시를 직접 확인하시고 필요하면 전문가와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은 별개 회사인가요? A. 각각 따로 상장된 회사입니다. 다만 두산밥캣이 두산에너빌리티의 연결 대상 종속회사여서, 두산에너빌리티 연결 실적 안에 밥캣 실적이 함께 들어옵니다. 두산밥캣 자체 실적을 보려면 두산밥캣의 공시를 따로 확인하셔야 해요.
Q. 체코 스코다파워(Skoda Power)는 어떤 회사인가요? A.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로, 중·소형 증기터빈을 만듭니다. 유럽 시장에서 현지 생산 거점 역할을 하고, 체코 원전 사업에서 터빈 공급을 맡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Q. 가스터빈 장기서비스 계약(LTSA)은 무엇을 파는 건가요? A. 발전소가 운전되는 동안 고온부 부품을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정비해 주는 계약입니다. 발전소 수명이 30년 안팎이라 계약 기간도 길고, 원천기술을 가진 제작사가 주로 맡습니다. 기기 판매와 달리 해마다 나눠서 매출이 발생해요.
Q.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은 어디에 있나요? A. 경남 창원에 본사와 주력 공장이 있고, 서울·성남·인천·익산 등에 국내 사업장을 두고 있습니다. 유럽, 미국, 중국 등지에도 공장과 사업소를 운영합니다.
Q. 해수담수화 설비도 아직 만드나요? A. MSF와 RO 방식 설비 생산능력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2025년에는 국내에서 입찰 가능한 발주가 없어 점유율이 집계되지 않았어요. 과거 중동 담수 플랜트의 주력 공급사였던 이력이 남아 있는 사업입니다.
Q. SMR은 이미 매출이 나오고 있나요? A. 소재와 일부 주기기 단계에서 계약이 나오고 있습니다. 테라파워 초도 사업에는 원자로보호용기 등 주기기 3종 공급계약을 맺었어요. 본격적인 양산은 2028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SMR 제작공장(연 20모듈 체계)이 돌아간 뒤로 잡혀 있습니다.
Q.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출 비중이 얼마나 되나요? A. 2025년 연결 기준 수출이 13조 4,971억원으로 79.13%입니다. 발전설비 부문만 떼어 보면 수출 5조 694억원, 내수 2조 7,195억원으로 수출 쪽이 더 큽니다.
원전 뉴스가 뜰 때마다 이 회사 실적이 어떻게 움직일지 헷갈렸다면, 오늘 갈라 본 네 부문의 이름과 비중만 기억해 두셔도 충분합니다. 다음 분기 실적이 나올 때 수주잔고 숫자와 함께 다시 꺼내 보실 수 있게, 이 글을 즐겨찾기에 담아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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