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주를 셋 켜놓고 보면 HD한국조선해양도, 한화오션도, 삼성중공업도 결국 ‘배 만드는 회사’ 하나로 뭉뚱그려집니다.
셋을 가르는 건 배가 아니라 무엇을 얼마나 따냈는지예요. 2025년 수주만 놓고 보면 HD한국조선해양이 133척 181.6억 달러, 한화오션이 상선 50척 95.5억 달러, 삼성중공업이 43척 79억 달러를 채웠습니다. 같은 조선사인데 HD한국조선해양은 컨테이너선만 75척을 담았고, 한화오션은 상선 옆에 특수선이라는 축을 따로 두며, 삼성중공업은 해양 목표 40억 달러 가운데 8억 달러만 채워 연간 달성률이 81%에 멈췄어요. 아래에서 3사 수주를 선종별 척수까지 갈라 놓고, 그 숫자가 언제 매출로 잡히는지와 사업보고서에서 직접 확인하는 순서까지 이어 갑니다.
종목 이름만 알던 자리에서 한 칸은 더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2025년 3사가 따낸 배, 선종별 척수로 나란히
수주 구성을 비교하려면 먼저 같은 해, 같은 단위로 놓아야 합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세 회사가 확보한 일감은 이렇게 갈렸어요.
HD한국조선해양 — 133척, 181.6억 달러
- 컨테이너선 75척
- 탱커 18척
- LPG·암모니아운반선 11척
- PC선 8척
- LNG운반선 7척
- LNG 벙커링선 6척
- 에탄운반선 2척
- 호위함 2척
한화오션 — 상선 50척, 95.5억 달러
-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20척
- 컨테이너선 17척
- LNG운반선 13척
삼성중공업 — 43척, 79억 달러
- LNG운반선 11척
- 원유운반선 11척
- 셔틀탱커 9척
- 컨테이너선 9척
- 에탄운반선 2척
- 해양생산설비 예비작업계약 1기
세 줄만 봐도 성격이 다릅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척수 자체가 압도적이고 선종도 여덟 갈래로 퍼져 있어요. 한화오션의 95.5억 달러는 상선 부문 기준이고, 잠수함과 수상함이 들어가는 특수선, 그리고 해양 부문 수주는 이 숫자 밖에 따로 잡힙니다. 삼성중공업은 척수는 가장 적은데 LNG운반선과 탱커류가 절반을 넘죠.

금액 목표와 견주면 결이 또 달라집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목표 180.5억 달러를 넘겼고, 삼성중공업은 목표 98억 달러의 81%에서 멈췄어요. 같은 해 같은 시황인데 달성률이 갈린 이유는 뒤에서 짚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배를 직접 짓지 않아요
여기서 한 번 걸립니다. HD한국조선해양이 133척을 수주했다는데, 정작 이 회사 이름이 붙은 조선소는 찾기 어렵거든요.
HD한국조선해양은 중간지주회사입니다. 배를 짓는 곳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세 자회사고요.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 실적은 이 조선소들이 따낸 것을 합산한 숫자예요.
이 구조가 재무제표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2025년 HD한국조선해양의 연결 매출은 29조9332억원, 영업이익은 3조90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2.3% 늘었어요. 이 가운데 HD현대중공업 단독으로 매출 17조5806억원에 영업이익 2조375억원, HD현대삼호가 매출 8조714억원에 영업이익 1조3628억원을 냈습니다.
반면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상장사 한 곳이 조선소를 직접 운영하는 형태예요. 한화오션은 거제 사업장에서 상선·특수선·해양을 한 법인 안에서 굴리고, 삼성중공업도 거제조선소를 중심으로 한 단일 사업 회사입니다.
그래서 세 종목을 나란히 볼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생깁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숫자는 ‘그룹 조선 부문 합계’로 읽어야 하고, HD현대중공업 역시 따로 상장돼 있어 어느 쪽을 보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이 다르게 잡혀요.
컨테이너선 75척과 엔진 4조원, 수주가 가장 넓은 회사
HD한국조선해양의 2025년 수주에서 눈에 띄는 건 컨테이너선 75척이라는 숫자입니다. 133척 중 절반을 넘죠.
컨테이너선은 LNG운반선만큼 척당 단가가 높지는 않지만 한 번에 여러 척을 시리즈로 발주받는 선종이에요. 도크를 길게 채우는 데 유리하고, 여러 조선소에 나눠 배치하기도 좋습니다. 조선소를 세 곳 굴리는 구조와 이 선종이 맞물려 있다고 보면 이해가 빨라요.
그런데 이 회사 매출 구성을 열면 배가 아닌 항목이 하나 더 나옵니다. 2025년 부문별 매출을 보면 이렇게 나뉘어요.
- 조선: 25조365억원 (영업이익 3조3149억원)
- 엔진·기계: 4조2859억원 (영업이익 7746억원)
- 해양플랜트: 1조2436억원 (영업이익 1379억원)
- 그린에너지: 4927억원 (영업이익 412억원)
엔진·기계 부문이 4조2859억원입니다. 선박용 엔진을 만들어 자기 그룹 조선소에도 넣고 다른 조선소에도 파는 사업이에요. 영업이익률로 따지면 조선 부문과 비슷한 수준을 냈고요.

이게 3사 비교에서 실제로 갈리는 지점입니다. 한화오션이나 삼성중공업에는 이 규모의 비선박 매출원이 없어요. 배 발주가 잠시 식어도 엔진 수요는 다른 조선소의 건조 물량을 따라가기 때문에, 수주 구성이 넓다는 말은 곧 실적이 한 선종에 덜 매인다는 뜻이 됩니다.
참고로 이 회사는 2026년 수주 목표를 233.1억 달러로 잡았어요. 2025년 목표보다 29.1% 높은 수치입니다.
한화오션 상선과 특수선, 이익이 갈린 지점
한화오션을 볼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는 잠수함이나 방산일 거예요. 그런데 2025년 실적을 열어 보면 돈을 번 쪽은 상선이었습니다.
2025년 연간 매출은 12조6884억원, 영업이익은 1조1091억원으로 전년보다 366.2% 늘었어요. 이 중 상선 부문이 매출 10조5250억원에 영업이익 1조1200억원을 냈습니다. 전사 영업이익보다 상선 부문 영업이익이 더 큰 셈이죠.
특수선 부문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어요. 연간 영업이익은 916억원으로 2024년 1258억원보다 줄었고, 4분기만 떼어 보면 매출 2737억원에 87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같은 분기에 상선은 매출 2조6858억원에 영업이익 2025억원, 해양은 매출 874억원에 영업이익 388억원을 기록했고요.
특수선이 흔들린 배경에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 같은 대형 해외 수주전에 들어간 비용과, 물량 대비 무거운 고정비가 있습니다. 방산은 한 건이 수조 원 단위라 따내면 판이 바뀌지만 그 전까지는 비용이 먼저 나가는 구조예요.
여기서 갈리는 건 이겁니다. 한화오션의 상선은 이미 이익을 내는 사업이고, 특수선은 아직 규모를 키우는 중인 사업이에요. 그래서 이 종목의 분기 실적을 볼 때는 전사 영업이익 한 줄보다 부문별 표를 먼저 여는 편이 낫습니다. 상선이 좋아서 좋은 분기인지, 특수선이 돌아서서 좋은 분기인지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니까요.
2025년 말 기준 한화오션의 수주잔고는 약 34조원 수준입니다.
삼성중공업 79억 달러, 해양이 되느냐에 걸린 수주
삼성중공업의 2025년 수주 달성률 81%는 상선이 못해서 나온 숫자가 아니에요. 오히려 상선은 목표를 넘겼습니다.
부문을 갈라 보면 이렇게 됩니다.
- 상선: 목표 58억 달러 → 실적 71억 달러 (초과)
- 해양: 목표 40억 달러 → 실적 8억 달러 (예비작업계약 위주)
해양에서 32억 달러가 비었고, 그게 그대로 전체 달성률로 넘어왔어요. 본계약 지연이 원인이었습니다.
해양 프로젝트는 상선과 계약 방식부터 달라요. 발주처가 유가와 자금 조달을 보며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릴 때까지 예비작업계약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그 사이 몇 개 분기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한 건이 수조 원이라 하나만 밀려도 연간 수주 그래프가 눈에 띄게 꺾이죠.
대신 넘어오면 무게가 다릅니다. 삼성중공업이 강점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가 그 자리예요. 수주잔고에 남아 있는 FLNG 물량은 수주 선가만 23억 달러 수준으로 잡혀 있습니다.
2025년 말 기준 수주잔고는 133척, 286억 달러예요. 4분기 매출 2조8379억원에 영업이익 2962억원, 영업이익률 10.4%를 냈고요.

정리하면 삼성중공업의 수주는 상선이 바닥을 깔고 해양이 진폭을 만드는 구조입니다. 연간 수주액이 갑자기 튀거나 주저앉았다면 상선보다 해양 쪽을 먼저 확인하는 게 순서예요.
수주잔고 286억 달러가 매출로 잡히는 시점
여기서 자주 어긋나는 지점을 하나 짚고 갑니다. 수주 소식이 떴는데 다음 분기 실적이 그대로 좋아지지 않아서 갸웃했던 경험, 저도 있었어요.
조선사 매출은 수주 시점에 한 번에 잡히지 않습니다. 계약을 따낸 뒤 설계와 강재 절단, 블록 조립, 진수, 인도까지 공정이 진행된 만큼 나눠서 매출로 인식해요. 배 한 척이 계약에서 인도까지 가는 데 통상 2년 안팎, 특수선이나 해양 설비는 그보다 더 걸립니다.
그래서 지금 발표되는 실적은 대체로 2~3년 전에 따낸 계약의 결과예요. 한화오션이 2025년에 이익률을 끌어올린 것도 저선가 물량이 빠지고 고선가 물량이 매출로 넘어온 영향이 큽니다. 반대로 오늘 좋은 값에 따낸 배는 지금 주가에는 잡히지만 손익계산서에는 한참 뒤에야 나타나죠.
이 시차 때문에 두 숫자를 나눠서 봐야 합니다.
- 수주·수주잔고: 앞으로 몇 년의 일감과 그 값. 미래 실적의 재료
- 매출·영업이익: 과거에 따낸 계약이 지금 얼마에 팔리는지. 과거 수주의 결과
3사 모두 3년치가 넘는 잔고를 쌓아 둔 상태라, 잔고가 얼마나 쌓였느냐보다 어떤 값에 쌓였느냐가 더 중요한 국면이에요. 같은 286억 달러라도 어떤 선종이 어떤 선가로 들어와 있느냐에 따라 2~3년 뒤 이익률이 달라집니다.
사업보고서에서 수주 구성 확인하는 4단계
기사 숫자는 시점마다 조금씩 다르게 인용됩니다. 직접 확인하는 편이 빠르고,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아요.
1단계 —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회사명으로 사업보고서를 찾습니다. 분기라면 분기보고서, 연간이라면 사업보고서를 고르면 됩니다.
2단계 — ‘II. 사업의 내용’에서 사업 부문 구분을 먼저 봅니다. 여기서 그 회사가 스스로를 몇 개 부문으로 나누는지가 나와요.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그린에너지로, 한화오션은 상선·특수선·해양으로 갈라 놓습니다. 이 구분 자체가 회사의 사업 구조예요.
3단계 — 같은 장의 ‘수주 상황’ 표를 엽니다. 기초 잔고, 당기 수주, 당기 매출, 기말 잔고가 금액으로 적혀 있어요. 여기서 수주잔고 숫자와 부문별 배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단계 — ‘매출 및 수주상황’과 주요 매출처 항목을 봅니다. 부문별 매출 비중과 수출·내수 구분이 여기 나오고, 특정 매출처 의존도가 있으면 함께 적히죠.
반대로 굳이 안 해도 되는 일도 있어요. 조선사는 계약 건마다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를 내는데, 이걸 매번 좇으며 합산할 필요는 없습니다. 각 사가 분기마다 수주 실적을 집계해 발표하고, 사업보고서 수주 상황 표에 정리해 두니까요.
상선·방산·해양 중 무엇이 궁금한지부터 정하기
세 종목을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니에요. 무엇이 궁금한지에 따라 봐야 할 회사와 숫자가 달라집니다.
LNG운반선이나 컨테이너선 같은 상선 발주 사이클이 궁금하다면, 세 곳 모두 해당하지만 성격이 다릅니다. 선종을 넓게 담는 쪽은 HD한국조선해양이고, LNG운반선 비중이 두드러지는 쪽은 삼성중공업이에요. 삼성중공업은 인도 기준 LNG운반선 건조 비중이 2024년 45%에서 2026년 65%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잠수함·수상함 같은 방산 축이 궁금하다면, 3사 중 이 부문을 별도 사업부로 두고 규모를 키우는 곳은 한화오션입니다. 다만 지금은 이익보다 비용이 앞서는 구간이라, 특수선 부문 영업이익이 분기마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함께 보셔야 해요.
FLNG나 FPSO 같은 해양 설비가 궁금하다면, 삼성중공업의 해양 부문이 가장 직접적입니다. HD한국조선해양에도 해양플랜트 부문이 있지만 2025년 매출 1조2436억원으로 전사에서 차지하는 몫은 작아요.
엔진처럼 배 밖에서 나오는 매출이 궁금하다면, HD한국조선해양의 엔진·기계 부문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여기 적은 숫자는 2025년 실적과 그 시점 발표 기준이라, 분기가 지나면 수주잔고와 부문별 비중은 다시 달라집니다. 종목을 실제로 판단할 때는 가장 최근 분기보고서와 공시를 직접 확인하시고, 필요하면 전문가 상담을 함께 두시는 편이 안전해요.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라 사업 구조를 읽는 방법에 관한 정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은 둘 다 주식시장에 있나요? A. 네, 둘 다 상장돼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중간지주회사이고 HD현대중공업이 그 자회사인 조선소예요. 같은 수주 소식이라도 어느 쪽을 보느냐에 따라 반영되는 실적 범위가 달라집니다.
Q. HD현대미포는 어떤 배를 주로 만드나요? A. 중형 선박이 중심입니다. PC선(정유운반선)이나 중형 컨테이너선, 중형 가스선처럼 대형 조선소가 다루는 초대형 선종보다 한 단계 작은 배를 맡아요. 같은 그룹 안에서도 조선소마다 담당 선종이 나뉘어 있습니다.
Q. 수주 금액을 왜 원화가 아니라 달러로 발표하나요? A. 선박 계약이 대부분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환율이 움직이면 같은 계약이라도 원화로 환산한 매출과 이익이 달라져요. 실적 발표에서 환율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이유입니다.
Q. 선가가 오르내리는 건 어디서 확인하나요? A.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발표하는 신조선가지수가 업계 기준으로 통용됩니다. 선종별 신조선가도 함께 나와서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의 값이 따로 움직이는지 볼 수 있어요.
Q. 후판 가격이 조선사 실적과 무슨 관계인가요? A. 후판은 선체에 쓰이는 두꺼운 강판으로 건조 원가에서 큰 몫을 차지합니다. 값이 오르면 이미 계약한 선박의 마진이 줄기 때문에 조선사와 철강사가 반기마다 가격 협상을 벌여요.
Q. 방산 수주는 왜 내용이 자세히 안 나오나요? A. 함정이나 잠수함 계약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항이 포함돼 계약 상대방이나 세부 조건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상선처럼 척수와 선종이 또렷하게 집계되지 않을 때가 많아요.
Q. 조선사 수주잔고가 많으면 무조건 좋은 건가요? A. 잔고의 양보다 값이 관건입니다. 낮은 선가에 따낸 물량이 잔고에 오래 남아 있으면 그 물량이 매출로 넘어오는 동안 이익률이 눌려요. 잔고를 볼 때 언제, 어떤 선가로 계약한 물량인지 함께 보는 이유입니다.
조선주 셋을 한 덩어리로 보던 자리에서, 이제 컨테이너선 75척과 특수선 적자, 해양 8억 달러라는 서로 다른 축이 보일 거예요. 다음 분기 실적이 나올 때 이 세 숫자가 어디로 움직였는지 다시 맞춰 보고 싶다면 이 글을 즐겨찾기에 담아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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