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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SP와 주성엔지니어링 차이, 전공정 장비 회사가 만드는 것과 돈 버는 구조

전공정 반도체 장비주 HPSP와 주성엔지니어링 비교

HPSP와 주성엔지니어링을 같은 ‘전공정 장비주’로 묶어 읽다가, 두 회사 장비가 웨이퍼에 손을 대는 순간이 서로 다르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HPSP는 회로를 다 새긴 웨이퍼를 고압 수소로 데워 트랜지스터의 결함을 메우는 열처리 장비를 팝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회로를 쌓아 올리는 도중 웨이퍼에 얇은 막을 입히는 증착 장비를 팝니다. 공정에서 서는 자리가 다르니 고객이 돈을 쓰는 시점도, 매출이 잡히는 방식도 따로 움직이죠. 2025년 사업연도 숫자로 보면 한 곳은 매출 1730억원에 영업이익률 52%, 다른 곳은 매출 3107억원에 영업이익률 10%로 갈렸습니다. 아래에서 두 회사가 실제로 만드는 물건부터 그 숫자가 왜 이렇게 벌어졌는지까지 차례로 봅니다.

장비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각자 어느 공정에 걸려 있는지를 아는 쪽이 오래 갑니다.

전공정 장비 회사는 웨이퍼에서 무엇을 맡나

반도체 만드는 과정은 크게 두 토막으로 나뉩니다. 동그란 웨이퍼 한 장에 회로를 새겨 넣는 전공정, 그 웨이퍼를 잘라 칩으로 포장하고 검사하는 후공정이에요. 웨이퍼를 자르고 쌓고 붙이는 쪽 장비는 다른 회사들 몫이고, 오늘 볼 두 곳은 모두 앞쪽 절반에 서 있습니다.

전공정 안에서도 일은 여러 겹으로 쪼개집니다. 막을 입히고(증착), 회로 모양을 빛으로 그리고(노광),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내고(식각), 불순물을 넣고(이온주입), 열을 가해 성질을 잡습니다(열처리). 장비 회사들은 이 중 한두 단계를 맡아 그 단계 전용 기계를 만들어 팔아요. 한 회사가 전공정 전체를 다 커버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증착에 서 있습니다. HPSP는 열처리, 그중에서도 어닐링에 서 있어요. 증착은 회로를 층층이 올리는 동안 수십 번 반복되고, 어닐링은 구조가 어느 정도 만들어진 뒤 마무리 성격으로 들어갑니다. 같은 팹 안에 나란히 들어가는 장비지만 하는 일이 겹치지 않아 서로 경쟁 관계도 아니죠.

이 구분을 잡아두면 나중에 실적이 엇갈릴 때 덜 헷갈립니다. 고객사의 투자 단계가 어디까지 왔느냐에 따라 두 회사의 장비가 들어가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전공정 공정 단계 중 증착과 어닐링 장비의 위치 구분

HPSP의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가 하는 일

트랜지스터가 작아지면서 절연막 재료가 바뀌었습니다. 기존 실리콘 산화막 대신 유전율이 높은 하이케이(High-K) 물질을 쓰게 됐는데, 이 막과 실리콘이 만나는 경계면에 미세한 결함이 남아요. 결함이 전자의 길을 막으면 전류가 제대로 흐르지 않고 소자 성능이 떨어집니다. 수소를 밀어 넣어 그 빈자리를 채우는 작업이 수소 어닐링입니다.

여기서 HPSP의 자리가 생깁니다. 상압이 아니라 20기압 수준의 고압 수소를 쓰면 수소가 더 깊고 고르게 들어가는데, 고압 수소는 다루기가 까다로워요. 양산 팹에서 이 조건을 쓰려면 안전 인증이 걸립니다. HPSP의 GENI-SYS는 고압 조건에서 쓰도록 인증받은 어닐링 장비로 사실상 유일하게 꼽혀 왔습니다. 28나노, 32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수율에 직접 영향을 주는 자리라 대체가 쉽지 않았죠.

회사 자체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2017년 3월에 세워졌고 2022년 7월 코스닥에 상장했어요. 장비 대부분이 해외로 나가 수출 비중은 92%를 넘습니다. 미국, 일본, 대만이 주요 행선지고 중국 비중은 낮은 편이에요. 원래는 파운드리와 로직 고객이 중심이었는데, 2025년 기준 메모리 업체 비중이 40%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단일 장비 회사라는 점은 회사 스스로도 숙제로 봅니다. 고압습식산화막 장비를 시작으로 신규 장비 세 종을 2029년까지 순차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내놨고, 첫 매출은 이르면 2027년으로 잡혀 있어요. 칩을 위아래로 직접 붙이는 하이브리드 본딩에 맞춘 어닐링 장비도 개발 중입니다.

주성엔지니어링 증착 장비 3종

주성엔지니어링은 1993년에 세워져 1999년 코스닥에 올랐습니다. 증착 장비 회사인데, 특히 원자층증착(ALD)에서 이름이 있어요. 1998년 업계 처음으로 ALD 장비를 내놨고 2024년 기준 세계 ALD 장비 시장 점유율 4위로 집계됩니다. 웨이퍼 위에 원자 한 층씩 막을 쌓는 방식이라 구조가 깊고 좁아질수록 쓸 자리가 늘어나요.

회사가 소개하는 장비 계열은 셋으로 나뉩니다.

  • SDP System — 플라즈마를 공간으로 나눠 웨이퍼 손상을 줄인 ALD·CVD 장비. 한 챔버에서 웨이퍼 5~6장을 동시에 증착
  • Guidance Series — 단차 피복률과 박막의 응력을 조절할 수 있는 ALG·ALD·CVD 계열. 레시피를 다양하게 구현
  • Eureka — 에피택시(Epi) 기반 장비. 증착 속도를 끌어올리는 쪽

이 장비들이 겨냥하는 소자는 분명합니다. 미세화된 DRAM 커패시터, 200단을 넘긴 3D 낸드, 10나노 이하 로직이에요. 구조가 높고 좁아질수록 바닥까지 균일하게 막이 깔려야 하는데, 300도 이하 저온에서 그 균일도를 낸다는 점을 회사는 강점으로 내세웁니다. 원자를 뿌려 덮는 ALD와 달리 결정을 키워 올리는 원자층성장(ALG)도 최근 개발해 라인업에 넣었어요. 유리기판처럼 새로 논의되는 구조에서 금속 박막을 어떻게 형성할지에도 ALD를 답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성엔지니어링 ALD 기반 증착 장비 3종 라인업 구성

누적 연구개발 투자는 2024년 기준 1조 3372억원, 보유 특허는 3200여 건입니다. 인력의 63.3%가 연구개발 쪽에 몰려 있어요.

두 회사의 매출은 어디서 나오나

HPSP의 2025년 연결 매출은 1730억원입니다. 2021년 918억원에서 2022년 1593억원, 2023년 1791억원, 2024년 1814억원으로 올라온 뒤 한 해 소폭 뒤로 물러섰어요. 매출의 대부분이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 한 갈래에서 나오고, 그 장비의 90% 이상이 해외 고객에게 갑니다. 제품 구성이 단순하다는 건 읽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고, 한 곳에서 막히면 대안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태양광·디스플레이 세 갈래를 표방합니다. 다만 2025년 매출 3107억원을 부문별로 갈라 보면 반도체가 3037억원, 태양광과 디스플레이를 합쳐 70억원이에요. 비중으로는 97.8%와 2.2%입니다. 사업부 이름이 셋이라고 매출도 셋으로 나뉘는 건 아니라는 점, 이건 사업보고서를 열어야 보이는 대목이에요.

여기서 갈리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HPSP는 고객이 해외에 몰려 있어 국내 팹 투자가 쉬어가도 버틸 구석이 있고, 주성엔지니어링은 국내 메모리 고객 비중이 커서 그 투자 일정에 실적이 더 직접 붙어요. 회사도 이 점을 알고 북미 제조사와 대만 파운드리 쪽으로 고객을 넓히는 협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률 52%와 R&D 700억, 갈리는 돈 쓰는 법

HPSP의 2025년 영업이익은 899억원, 순이익은 727억원입니다. 영업이익률로는 52% 수준이고 2022년 이후 50%를 넘겨 왔어요. 장비 회사가 이 정도 이익률을 유지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대체할 장비가 마땅치 않은 자리를 잡고 있으면 가격 협상에서 밀릴 이유가 줄죠.

주성엔지니어링의 2025년 영업이익은 313억원입니다. 전년 972억원에서 67.8% 줄었고 이익률은 10% 남짓으로 내려왔어요. 회사가 밝힌 이유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확대입니다. 연간 500억원 이상을 꾸준히 넣어 왔고 최근에는 700억원을 넘겼습니다.

두 회사의 이익률 차이를 실력 차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셈이에요. 한쪽은 개발이 끝난 장비 한 종을 반복해 팔아 마진을 걷고, 다른 쪽은 여러 장비를 동시에 개발하며 비용을 먼저 씁니다. 연구개발비는 매출이 나기 전에 나가고 회수는 고객 채택 이후에 붙어요. 그래서 개발이 몰린 해에는 이익률이 눌리고, 채택이 붙는 해에는 반대로 튑니다.

HPSP 영업이익률과 주성엔지니어링 연구개발비 지출 비교

장비주 실적이 분기마다 크게 흔들리는 이유

분기 실적 하나로 장비 회사의 방향을 읽으려는 시도, 이건 안 해도 됩니다. 장비 매출은 고객 팹의 투자 일정과 검수·인식 시점에 걸려 있어서 분기 단위로 심하게 튀거든요.

숫자로 보면 분명합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2026년 1분기 매출은 549억원으로 전년 동기 1208억원에서 54.6% 줄었고, 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어요. 같은 시점 수주잔고는 746억원 수준이었습니다. HPSP도 2025년에는 이연됐던 장비 매출이 4분기에 몰려 인식되면서 분기 흐름이 고르지 않았고, 2026년 1분기 별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줄었습니다.

그래서 분기 매출보다 먼저 볼 게 있어요.

  • 수주잔고 — 이미 계약된 물량이 얼마나 남았는지
  • 고객사 설비투자 계획 — 팹 증설과 전환 투자 발표
  • 매출 인식 시점 — 이연된 물량이 다음 분기로 넘어갔는지

이 셋을 같이 놓고 보면 매출이 준 게 일감이 사라진 건지 뒤로 밀린 건지 구분이 됩니다. 반대로 수주잔고가 함께 줄고 있다면 그건 시점 문제로 보기 어렵겠죠.

장비 회사를 볼 때 두 곳에서 다르게 봐야 할 숫자

같은 전공정 장비 회사라도 확인할 항목은 갈립니다. 제품 구성이 다르면 흔들리는 지점도 다르니까요.

HPSP처럼 단일 장비 비중이 높은 회사라면 이쪽입니다.

  • 신규 장비 상용화 일정 — 고압습식산화막 장비의 첫 매출 시점과 하이브리드 본딩용 장비 진척
  • 경쟁 진입 — 고압 어닐링 시장에 다른 업체가 실제 납품 실적을 쌓는지
  • 지분 구조 — 최대주주 히트2025홀딩스의 보유 지분은 2026년 8월 초 조회 기준 20.46%이고, 블록딜이 이어지며 계속 바뀌어 왔습니다

주성엔지니어링처럼 여러 장비를 동시에 개발하는 회사라면 이쪽이에요.

  • 수주잔고 추이 — 분기 매출보다 먼저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
  • 반도체 외 부문 — 70억원까지 내려온 태양광·디스플레이가 회복 신호를 내는지
  • 연구개발비의 실적화 — ALG와 신규 장비가 고객 라인에 실제로 들어가는 시점

전공정 장비주 HPSP와 주성엔지니어링의 투자 체크포인트 비교

두 회사 모두 고객이 소수의 대형 반도체 업체로 좁혀져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고객 한 곳의 투자 결정이 매출 수백억원을 좌우하는 구조라, 개별 회사의 기술만 봐서는 실적을 그리기 어려워요. 지분 구조나 수주 상황은 시점마다 달라지니 판단 전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최신 보고서를 직접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여기 적은 내용은 공시로 확인되는 사업 구조를 정리한 일반 정보입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의 상황과 책임 아래 내리는 것이고, 필요하면 자격을 갖춘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어닐링 장비와 증착 장비를 한 회사가 다 만들 수는 없나요? A.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드뭅니다. 챔버 설계, 가스 제어, 인증 요건이 공정마다 달라 개발 부담이 크고, 고객사도 단계별로 검증된 장비를 따로 고르는 편이에요. 그래서 전공정 장비 회사들은 대개 자기 단계에 집중합니다.

Q. ALD와 CVD는 뭐가 다른가요? A. CVD는 가스를 반응시켜 막을 비교적 빠르게 쌓고, ALD는 원자층 단위로 한 겹씩 올립니다. ALD는 느린 대신 깊고 좁은 구조의 바닥까지 균일하게 덮을 수 있어요. 구조가 고층화될수록 ALD 수요가 늘어나는 배경입니다.

Q. 주성엔지니어링의 태양광 사업은 지금도 하나요? A. 사업부는 유지되고 있지만 매출 규모는 작습니다. 2025년 기준 태양광과 디스플레이를 합친 매출이 70억원 수준으로 전체의 2.2% 정도예요. 실적을 볼 때는 반도체 부문이 사실상 전부라고 보는 편이 실제에 가깝습니다.

Q. 전공정 장비 회사 실적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투자 계획을 그대로 따라가나요? A. 영향은 크지만 시차가 있습니다. 투자 발표에서 발주, 납품, 검수, 매출 인식까지 여러 분기가 걸리기도 해요. 해외 고객 비중이 높은 회사라면 국내 투자 흐름과 실적이 어긋나기도 합니다.

Q. 두 회사의 사업 내용은 어디서 직접 확인하나요? A.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를 볼 수 있습니다. ‘사업의 내용’ 항목에 제품 구성과 부문별 매출이, ‘주주에 관한 사항’에 지분 현황이 정리돼 있어요. 기사로 접한 숫자는 여기서 한 번 대조해두면 좋습니다.

Q. 소재·부품 회사와 장비 회사는 실적이 같이 움직이나요? A. 움직이는 방식이 다릅니다. 장비는 팹을 새로 짓거나 라인을 전환할 때 크게 팔리고, 소재는 라인이 돌아가는 동안 꾸준히 소비돼요. 그래서 투자가 멈춘 구간에서는 장비 쪽이 먼저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회사가 웨이퍼의 어느 단계에 서 있는지 알고 나면, 다음 실적 발표에서 어떤 줄을 먼저 찾아야 할지도 정해집니다. 다른 전공정 장비 회사를 뜯어볼 때 이 순서를 그대로 쓸 수 있으니 즐겨찾기에 담아두고 꺼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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