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노공업이 반도체 검사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든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정작 그 부품을 사 가는 회사가 어디인지는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오더라고요.
고객사 이름은 사업보고서에도 없습니다. 회사가 판매처를 개별로 밝히지 않기 때문이에요. 대신 확인되는 숫자는 꽤 구체적입니다. 2025년(제30기) 매출 3,725억원 가운데 IC 테스트 소켓류가 65.48%, 리노핀류가 23.38%, 의료기기 부품류가 10.24%를 차지했고, 전체의 79.8%가 수출로 나갔어요. 그리고 재무제표 주석에는 매출의 10%를 넘긴 고객 3곳의 금액이 각각 적혀 있는데, 셋을 합치면 2,031억원으로 전체의 54.5%입니다.
제품 세 축이 각각 무엇이고 그 숫자에서 고객 구조를 어디까지 읽어낼 수 있는지, 순서대로 짚어볼게요.
리노핀과 IC 테스트 소켓, 반도체 검사 어디에 끼워 쓰나
반도체 칩 하나는 칩 디자인, 웨이퍼 가공, 패키징, 테스트를 거쳐 완성돼요. 이 가운데 마지막 테스트는 칩이 설계된 목적대로 작동하는지를 가혹한 조건에서 확인하는 공정입니다. 문제는 테스트 장비가 칩마다 다른 모양과 단자 배열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데 있어요. 장비와 칩 사이를 이어 줄 중간 부품이 따로 필요하고, 리노공업이 만드는 것이 바로 그 자리입니다.
리노핀은 스프링이 들어간 접촉용 프로브예요. 반도체나 인쇄회로기판에 닿아 전기적 불량 여부를 짚어내는 소모성 부품이죠. IC 테스트 소켓은 패키지 상태의 칩을 앉히는 자리로, 테스트 장비에 물려 쓰는 소모성 부품입니다. 둘은 따로 노는 제품이 아니라, 리노공업이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리노핀을 소켓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묶여 있어요.
핵심은 둘 다 소모품이라는 점입니다. 테스트를 반복하면 접촉부가 마모되고, 마모되면 교체 주문이 다시 들어와요. 장비를 한 번 팔고 끝나는 사업과는 수요가 쌓이는 방식이 다르죠. 회사는 약 30,000여 종을 주문 생산하며, 기존 양산 제품은 발주서 접수 뒤 10일 이내, 특별 주문 제품은 2~4주 이내에 납품한다고 밝히고 있어요.

매출 3,725억을 가른 세 축, 소켓 65% 핀 23% 의료기기 10%
2025년(제30기) 매출액은 3,725억 3,400만원입니다. 제품별로 나누면 이렇게 갈려요.
- IC 테스트 소켓류: 2,439억원, 65.48%
- 리노핀류: 871억원, 23.38%
- 의료기기 부품류(초음파 프로브 등에 적용): 381억원, 10.24%
- 의료기기 상품: 32억원, 0.86%
- 기타: 1억원, 0.04%
반도체 부품 두 축을 합치면 88.90%, 의료기기가 11.10%예요. 회사 매출의 아홉 할 가까이가 반도체 테스트 소모품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3년 흐름을 나란히 놓으면 축의 무게가 옮겨간 것이 보여요. 소켓 비중은 2023년 61.71%, 2024년 61.77%, 2025년 65.48%로 올라갔습니다. 같은 기간 리노핀 비중은 27.54%, 27.02%, 23.38%로 내려갔고요.
비중만 보면 핀이 밀린 것처럼 읽히지만 금액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리노핀 매출은 703억원에서 751억원, 871억원으로 늘었어요. 소켓이 1,577억원에서 1,718억원, 2,439억원으로 더 빠르게 커졌을 뿐이죠. 비중 하락과 금액 감소를 같은 말로 읽지 않는 것, 이 회사 자료에서는 이 구분이 자주 필요합니다.
의료기기 부품류는 9.68%, 10.22%, 10.24%로 3년 내내 10% 언저리를 지켰어요. 금액으로는 247억원, 284억원, 381억원입니다. 반도체 쪽이 크게 늘어난 해에도 이 축이 비중을 잃지 않았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해요.

사업보고서에 고객사 이름이 없는 이유
사업보고서를 처음 여는 분들이 가장 먼저 찾는 표가 매출처 목록이에요. 그 표는 없습니다. 리노공업은 주요 원재료 매입업체에 대해 영업기밀이라 기재를 생략한다고 적어 두었고, 판매처 역시 개별 이름을 남기지 않았어요.
대신 회사가 밝히는 것은 고객의 종류입니다. 리노핀과 IC 테스트 소켓은 응용 범위가 넓어 IDM 종합 반도체업, 팹리스, 파운드리, 패키징·테스트, 전기전자업 등 여러 사업 분야에서 매출이 발생한다고 설명하죠. 특정 회사 몇 곳으로 좁혀지는 구조가 아니라 반도체 공정 전 구간에 걸쳐 있다는 서술이에요.
판매 경로도 한 갈래가 아닙니다. 해외는 지역별 또는 국가별 현지 대리점을 통한 간접 판매와 해외 바이어 대상 직접 판매를 함께 씁니다. 국내는 본사와 서울지점이 직접 판매하고요. 대리점을 거치는 물량이 섞여 있으니 외부에서 최종 사용 고객을 하나씩 짚어내기는 더 어려워요.
그래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하나 있어요. 커뮤니티에 떠도는 고객사 추정 목록을 모으는 작업입니다. 회사가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상 확인할 방법이 없고, 그 대신 확인 가능한 숫자가 주석에 따로 있으니까요.
매출 10% 넘는 고객 3곳이 차지한 54.5%
재무제표 주석의 ‘부문별 보고’에는 이름 대신 금액이 적혀 있어요. 기준은 하나입니다. 단일 외부고객으로부터의 수익이 전체 수익의 10%를 넘으면 그 고객의 매출액을 따로 적는다는 규정이죠.
2025년(제30기)에 이 기준을 넘은 고객은 3곳이었습니다.
- 주요고객사 A: 831억원, 매출의 22.3%
- 주요고객사 B: 615억원, 매출의 16.5%
- 주요고객사 C: 584억원, 매출의 15.7%
- 합계: 2,031억원, 매출의 54.5%
앞선 두 해는 이랬어요.
- 2024년(제29기): 4곳, 합계 1,752억원, 매출의 63.0%
- 2023년(제28기): 3곳, 합계 1,369억원, 매출의 53.6%
숫자만 훑으면 2024년에 몰렸다가 2025년에 다시 흩어진 것처럼 읽혀요.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10%라는 기준선이 해마다 움직인다는 점이에요. 매출이 커지면 기준선도 같이 올라가니까요.
- 2023년 기준선: 약 256억원
- 2024년 기준선: 약 278억원
- 2025년 기준선: 약 373억원

2024년 표에 오른 네 번째 고객의 금액은 281억원이었어요. 그 고객이 2025년에 똑같이 281억원어치를 샀다면 비중은 7.5%로 계산되고, 표에서는 그대로 사라집니다. 고객 수가 4곳에서 3곳으로 줄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편중이 풀렸다고 읽으면 곤란한 이유죠.
계산은 어렵지 않아요. 그 해 매출액에 0.1을 곱하면 기준선이 나오고, 표의 각 금액을 그 해 매출액으로 나누면 개별 비중이 나옵니다. 합계를 매출액으로 나눈 값이 상위 고객 집중도고요. 분기·반기 보고서에도 같은 표가 붙으니 매번 같은 방식으로 다시 계산해 보면 돼요.
한 가지 더 짚자면, 주석의 A와 B와 C가 해마다 같은 회사를 가리킨다는 표시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순서일 뿐이에요. 2024년의 A와 2025년의 A를 같은 회사로 놓고 증감을 따지면 틀린 결론에 닿을 수 있습니다.
수출 80% 내수 20%, 제품마다 갈리는 판매 경로
2025년 매출을 수출과 내수로 가르면 수출 2,973억원, 내수 752억원이에요. 수출 비중 79.8%죠. 제품별로 들어가면 편차가 꽤 큽니다.
- IC 테스트 소켓류: 매출 2,439억원 중 수출 2,288억원, 93.8%
- 리노핀류: 매출 871억원 중 수출 665억원, 76.3%
- 의료기기 부품류: 매출 381억원 중 내수 361억원, 94.5%
회사는 리노핀·소켓 부문의 수출과 내수 비중을 약 9대 1 수준으로 설명하고 있어요. 판매 경로별로 보면 본사 해외영업팀과 대리점을 통한 직접 수출이 전체의 79.25%를 차지합니다.
이 구조에서 볼 자리가 갈려요. 반도체 사이클과 환율에 붙는 매출을 확인하고 싶다면 소켓의 수출 칸이 그 자리입니다. 국내 수요와 사이클 방어력을 확인하고 싶다면 의료기기 부품의 내수 칸을 보면 되고요. 두 칸은 같은 분기에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요.
의료기기 부품만 내수 비중이 높은 이유
의료기기 부품류는 매출의 94.5%가 내수로 잡혀요. 반도체 부품과 반대 모양이라 처음 보면 의아합니다. 답의 실마리는 거래 상대에 있어요.
리노공업은 2010년부터 지멘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초음파 프로브용 부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이 거래처를 자체 개발한 초음파 프로브를 전 세계에 수출하며 의료기기·IT 융합 전초기지를 구축 중인 곳으로 설명해요. 부품이 국내에서 인도되면 리노공업 장부에는 내수로 기록됩니다. 완성된 초음파 프로브가 최종적으로 어디에 팔리는지와 리노공업의 내수·수출 구분은 다른 층위인 셈이에요.
이 대목이 흥미로운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사업보고서에서 이름이 드러나는 고객은 지멘스가 유일합니다. 매출의 89%를 차지하는 반도체 쪽 고객은 끝까지 알파벳으로 남아요. 비중이 작은 쪽의 이름은 공개되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쪽은 가려져 있는 구조죠.
의료기기 부문에 대해 회사는 경기 민감도가 낮고 소모성 제품이라 수요가 꾸준히 발생해 매출 안정성이 높은 편이라고 적고 있어요. 비수기와 성수기에 따른 변동도 작다고 봅니다. 반도체 축이 흔들릴 때 완충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자리가 여기예요.
수주잔고 대신 발주서로 굴러가는 구조
사업보고서의 수주현황 항목을 열면 표가 없어요. 대신 문장 한 단락이 놓여 있습니다. 고객사의 발주서가 곧 수주 현황이라는 설명이죠.
납기가 짧기 때문이에요. 기존 양산 제품은 발주서 접수 뒤 10일 이내, 특별 주문 제품은 2~4주 이내에 납품이 가능합니다.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만들어 내보내니 쌓일 잔고가 생기지 않아요. 다음 분기를 미리 가늠할 근거로 흔히 쓰는 수주잔고를 이 회사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실적은 고객의 일정에 곧바로 붙어요. 고객이 신제품 개발에 들어가면 개발용 소켓과 핀 주문이 먼저 늘고, 양산 단계로 넘어가면 양산용 물량이 따라붙는 흐름입니다. 회사도 경기 하강 시점에 매출처가 투자 규모를 급격히 줄이면 매출이 축소될 수 있다고 적어 두었어요. 계절에 따른 비수기·성수기 변동은 작다고 설명하고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리노공업의 다음 분기를 회사 공시만으로 미리 읽어내기는 어려워요. 선행 신호를 찾고 싶다면 전방 반도체 업체들의 신제품 일정과 테스트 투자 쪽이 실마리에 가깝습니다.
리노공업 실적 볼 때 먼저 확인할 자리
분기보고서나 사업보고서가 올라오면 세 곳만 순서대로 열어 보면 돼요.
- 사업의 내용 안 매출실적 표: 제품별 수출·내수 금액
- 재무제표 주석의 부문별 보고: 10%를 넘긴 고객 수와 각 금액
- 주요 제품 등의 현황: 소켓과 핀의 비중 변화
무엇이 궁금한지에 따라 순서가 갈립니다. 반도체 사이클이 어디쯤인지 보고 싶다면 첫 번째 표의 소켓 수출 금액부터 확인하세요. 특정 고객 편중이 걱정된다면 두 번째 표에서 고객 수와 합계 비중을 그 해 매출로 직접 나눠 보면 됩니다. 제품 믹스가 바뀌는지 궁금하다면 세 번째 표의 3년치 비중을 나란히 놓으면 되고요.
참고로 회사는 2026년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 998억원, 영업이익 473억원을 공시했어요. 이 수치를 앞의 세 표와 함께 놓으면 흐름이 이어집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둘게요. 이 표들은 모두 이미 지나간 기간을 기록한 자료입니다. 앞으로의 실적이나 주가를 보장하지 않고, 여기 적힌 숫자만으로 매수·매도를 정할 수는 없어요. 투자 판단은 각자의 상황과 감내 가능한 위험 범위 안에서 내리는 것이고, 필요하다면 금융투자업 등록 전문가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리노공업은 언제 설립됐고 언제 상장했나요? A. 1978년 11월 리노공업사로 창업해 1996년 12월 법인으로 전환했고, 2001년 12월 18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습니다.
Q. 리노공업 주식은 액면분할을 한 적이 있나요? A. 2025년 3월 26일 정기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1주당 액면금액을 500원에서 100원으로 나누는 5대 1 주식분할을 했고, 효력 발생일은 2025년 4월 14일이에요.
Q. 차입금은 얼마나 있나요? A. 제30기 말 기준 차입금 합계는 0원입니다. 부채총계 607억원, 자본총계 7,312억원으로 부채비율은 8%대예요.
Q. 직원은 몇 명인가요? A. 2025년 12월 31일 기준 677명이고, 평균 근속연수는 9년 5개월입니다.
Q. 새 공장은 어디에 짓고 있나요? A. 부산에코델타시티 산업시설용지 산업33블록이에요. 투자기간은 2024년 11월 11일부터 2026년 11월 10일까지이고, 토지 취득금액을 뺀 총 소요자금은 971억 8,200만원, 2025년 말까지 503억 8,400만원을 집행했습니다. 자금은 자체 자금으로 조달했어요.
Q. 배당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제30기 기준 보통주 1주당 800원, 현금배당금총액 607억 1,600만원이며 현금배당성향은 39.96%입니다.
Q. 회계상 사업부문은 몇 개인가요? A. 하나예요. 회사는 IC 테스트 소켓과 프로브 등의 제조·판매라는 단일 영업을 수행해 하나의 보고 부문을 갖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매출은 반도체 부품과 의료기기로 나눠 설명하지만 보고 부문은 단일이에요.
리노공업은 제품 이름은 내걸고 고객 이름은 감추는 회사고, 그 빈칸을 메우는 단서가 주석의 고객 표에 숫자로 남아 있어요. 다음 보고서가 올라왔을 때 10%를 넘긴 고객이 몇 곳으로 바뀌었는지 이 글과 나란히 놓고 보실 수 있게, 즐겨찾기에 담아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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