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단위 계약을 맺었다더라, 코스닥 시가총액 1위까지 올라갔다더라, 그런데 공시에는 그 숫자가 없다더라. 삼천당제약을 검색하면 이런 말부터 따라옵니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은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약을 만들어 현지 파트너에게 넘기고, 파트너가 팔아서 남긴 이익을 나눠 받습니다.
그래서 매출로 찍히는 금액과 실제로 회사에 남는 비율이 일반 제약사와 다르게 움직여요. 직접 판매망을 깔지 않으니 현지 영업비가 나가지 않고, 대신 소비자가 낸 값 전부가 매출로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이 구조가 숫자로 처음 드러난 곳이 캐나다였습니다.
캐나다에서 팔리기 시작한 아일리아 시밀러가 2025년 영업이익을 3배로 올렸다
아일리아는 눈 안쪽 망막에 직접 놓는 주사제입니다. 습성 황반변성처럼 시력을 잃게 하는 눈 질환에 쓰는 오리지널 약이고, 삼천당제약이 만든 것은 그 복제약에 해당하는 바이오시밀러입니다. 개발명은 SCD411, 유럽에서 받은 제품명은 VGENFLI, 성분 이름은 애플리버셉트입니다.
이 약은 캐나다에서 2025년 9월 말 보험 약가에 올랐습니다. 보험 목록에 오르기 전에는 허가가 나 있어도 사실상 팔리지 않아요. 환자가 약값을 전부 부담해야 하니까요. 2025년에 이 약이 실제로 팔린 기간은 석 달 남짓입니다.
그 석 달이 손익계산서를 어떻게 바꿨을까요. 202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매출은 2318억 원으로 전년보다 9.9%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억 원에서 85억 원이 됐습니다. 220.5% 증가입니다.
매출은 10%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3배가 됐습니다. 새로 붙은 매출이 기존 사업보다 훨씬 남는 쪽이었다는 뜻이에요. 회사는 이 변화의 이유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해외 판매를 들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바이오시밀러의 세포주와 공정 개발은 삼천당제약이 직접 한 것이 아니라 팬젠이 2019년 계약을 맺고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약이 팔리면 파트너와 나누는 몫 말고도 팬젠에 지급하는 로열티가 따로 나갑니다.
그러면 파트너와는 어떤 비율로 나눌까요.
삼천당제약은 직접 팔지 않고 파트너가 남긴 이익을 절반 받는다
나누는 방식은 유럽 계약 공시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2023년 11월에 공시한 유럽 5개국 독점 공급 계약입니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다섯 나라예요.
이 계약의 계약금과 마일스톤은 2000만 유로, 한화로 약 280억 원입니다. 계약 기간은 제품을 처음 판 날로부터 10년입니다. 그 10년 동안 파트너가 판매해 남긴 이익의 50%를 받는 조건입니다.
직접 판다면 나라마다 영업 인력을 두고 병원을 돌고 유통망을 잡아야 합니다. 이 구조에서는 그 일을 파트너가 합니다. 삼천당제약이 쓰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 그만큼입니다.
대신 포기하는 것도 분명합니다. 소비자가 약국이나 병원에서 낸 값 전체가 매출로 들어오지 않아요. 파트너에게 넘긴 값과 나눠 받은 이익만 들어옵니다. 같은 약을 같은 양 팔아도 직접 판매하는 회사보다 매출 숫자는 작게 찍힙니다.
파트너가 누구인지는 공시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비공개를 요청하면 계약 상대와 세부 조건을 가릴 수 있고, 이 회사의 계약 공시 상당수가 그렇게 나갔습니다.
나누는 단계가 여럿이면 남는 몫은 그만큼 얇아집니다. 파트너와 이익을 나누고 팬젠에 로열티까지 내는 구조를 두고, 업계에서는 바이오시밀러의 통상 영업이익률이 20% 안팎이라는 점을 들어 높은 수익성이 계속 유지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런데 나눌 값 자체를 바꾸는 요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약을 어떤 그릇에 담아 넘기느냐입니다.
약을 병에 담지 않고 주사기에 미리 채워 넘기는 이유
같은 약이라도 담는 방식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유리병에 담는 바이알이고, 다른 하나는 주사기에 미리 정량을 채워 넣은 사전충전주사기입니다. 업계에서는 PFS라고 부릅니다.
SCD411은 두 제형 모두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일본 후생노동성이 바이알과 PFS 두 가지를 함께 승인했고, 유럽의약품청 허가도 받았습니다.
왜 굳이 주사기에 미리 채울까요. 바이알로 오면 의료진이 병에서 약을 뽑아 정확한 양을 맞춰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오염과 용량 오차가 생길 여지가 있어요. PFS는 그 단계를 없앱니다. 포장을 열어 그대로 놓습니다.

대신 만드는 쪽이 어려워집니다. 약을 무균 상태로 주사기에 채워 넣는 공정이 따로 필요하고, 주사기 내벽 처리와 보관 중 품질 관리가 병에 담을 때보다 까다롭습니다.
이 차이가 이익 배분 구조와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파트너에게 넘기는 값은 제형에 따라 달라지고, 나눌 이익도 그 값 위에서 계산됩니다. 같은 개수를 넘겨도 PFS 비중이 높은 나라와 바이알 위주인 나라는 들어오는 금액이 같지 않아요.
제형별로 얼마를 받는지는 공시에 적히지 않습니다. 확인하려면 나라별 보험 약가 목록에서 이 제품이 어떤 제형으로 얼마에 등재됐는지를 봐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눈에 놓는 주사제 이야기입니다. 이 회사가 벌여 놓은 두 번째 축은 눈 밖에 있습니다.
먹는 위고비 제네릭은 개량신약이 아니다
두 번째 축은 먹는 GLP-1 계열 약입니다. 노보노디스크의 리벨서스와 위고비 경구용 제제를 복제하는 일이고, 삼천당제약은 두 제품의 전 용량을 대상으로 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주 엇갈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회사가 자체 제형 기술을 썼다는 설명 때문에 이 제품을 개량신약으로 읽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리지널 리벨서스는 SNAC이라는 흡수촉진제를 써서 펩타이드를 장에서 흡수시킵니다. 이 SNAC 제형 특허는 2039년까지 살아 있습니다. 삼천당제약이 만든 S-PASS는 SNAC을 쓰지 않고 같은 흡수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고, 그 특허를 피해 가려고 개발한 것입니다.
특허를 피했다고 신약이 되지는 않습니다. 개량신약은 오리지널보다 나아진 점을 새로 증명해 별도 임상을 밟는 길입니다. 제네릭은 오리지널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만 증명하면 되는 길이에요. 목표가 반대 방향입니다.
어느 길로 가는지는 미국 식품의약국이 붙여 준 이름에서 드러납니다. 2026년 7월 20일 회사가 받은 것은 Pre-ANDA 답변서입니다. ANDA는 미국에서 제네릭 허가를 신청할 때 밟는 절차입니다. 답변서에는 대조약으로 리벨서스가 명시됐고, ANDA 미팅 트래킹 넘버가 부여됐습니다.
제네릭으로 간다는 것은 값으로 겨룬다는 뜻입니다. 신약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고, 허가 뒤에는 같은 성분을 만든 회사들과 가격 경쟁을 합니다. 대신 새 임상을 처음부터 쌓지 않아도 되니 개발에 드는 돈과 시간이 짧습니다.

이 축에서 돈이 들어오는 통로는 미국과 유럽에서 맺은 라이선스 계약입니다.
계약금, 마일스톤, 이익 배분금이 매출로 잡히는 순서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과 돈이 들어왔다는 소식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라이선스 계약에서 돈은 세 갈래로 들어오고, 갈래마다 매출로 잡히는 시점이 다릅니다.
계약금은 계약과 함께 받는 돈입니다. 받았다고 그해 매출이 되지는 않아요. 회계 기준(K-IFRS 1115호)은 회사가 약속한 일을 실제로 이행한 만큼만 매출로 인식하게 합니다. 그전까지는 부채 항목인 선수수익에 쌓입니다.
마일스톤은 조건이 채워질 때 받는 돈입니다. 허가 신청, 허가 취득, 첫 판매처럼 미리 정한 사건이 일어나야 합니다. 2026년 3월 30일 공시한 미국 계약도 수익 인식을 미국 허가 성공 여부에 걸어 두었습니다.
이익 배분금은 마지막입니다. 파트너가 실제로 약을 팔아 이익을 남겨야 생깁니다. 허가가 나도 보험 등재와 판매 개시가 이어져야 여기까지 옵니다.
쌓인 돈이 얼마나 빠져나왔는지는 직접 세어 볼 수 있습니다. 사업보고서 재무상태표에서 선수수익 잔액을 찾고, 같은 해 손익계산서에서 매출로 넘어간 금액과 견주면 됩니다.
2025년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선수수익은 단기 67억9000만 원, 장기 636억2000만 원입니다. 합치면 704억1000만 원이에요. 같은 해 매출로 전환된 금액은 28억7000만 원이었습니다. 전년에는 1억4000만 원이었습니다. 쌓인 것의 약 4%가 그해 매출로 넘어온 셈입니다.
조건이 걸린 돈은 끝내 안 들어오기도 합니다. 2016년 12월 미국 BPI와 맺은 제네릭 공급 계약의 마일스톤은 672만5000달러, 약 78억 원이었습니다. 9년이 지난 시점까지 실제로 받은 금액은 45만 달러, 약 5억2000만 원입니다. 6.7%예요.
계약 규모라는 말이 어디까지를 가리키는지 따져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삼천당제약 계약 규모, 공시 금액을 찾아 읽는 법
같은 계약을 두고 두 개의 숫자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2026년 2월 26일 회사는 유럽 11개국과 먹는 GLP-1 제네릭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알렸습니다. 보도자료에 적힌 총 계약 규모는 조 단위였고, 같은 날 공시에 적힌 계약금과 마일스톤은 3000만 유로, 약 508억 원이었습니다.
회사는 그 조 단위 숫자가 계약서에 적힌 10년치 연간 예상 매출을 더해 원화로 바꾼 값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상 매출과 확정 수령액은 다른 항목입니다. 한국거래소는 공시에 3000만 유로만 기재돼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한 달 뒤 미국 계약도 모양이 같았습니다. 2026년 3월 30일 공시에 적힌 금액은 1억 달러, 약 1508억1000만 원입니다. 이 계약에서 제품 판매 순이익은 삼천당제약이 90%, 파트너가 10%를 가져가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거래소는 제재를 내렸습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2026년 4월 20일 삼천당제약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 5점을 부과했습니다. 사유는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예측 공정공시 미이행입니다. 2월 6일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실적 전망을 공시 없이 보도자료로만 배포한 건이 문제가 됐어요. 회사는 심의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계약 내용이 나중에 바뀐 사례도 있습니다. 2022년 11월 공시한 SCD411 유럽 바인딩 텀시트는 네 차례 정정을 거치며 대상이 15개국에서 5개국으로 줄었고, 본계약 시점도 2023년 2월에서 11월로 밀렸습니다. 2016년 BPI 계약과 2018년 글렌마크·옴니비전 계약은 각각 다섯 차례 정정됐습니다.
그래서 숫자를 확인할 자리는 정해져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나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서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를 열고 계약금액 항목을 보세요. 같은 건에 정정 표시가 붙어 있으면 무엇이 언제 바뀌었는지도 그 자리에서 확인됩니다.
보도자료 숫자를 기준으로 기대치를 잡아 두면, 나중에 공시에 찍힌 금액을 보고 계약이 축소됐다고 오해하게 됩니다.
두 사업축은 지금 서 있는 단계가 다릅니다. 그래서 다음에 확인할 숫자도 다릅니다.
아일리아와 먹는 위고비, 각각 다음에 확인할 숫자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쪽은 이미 판매가 시작된 단계입니다. 여기서 이익 배분금이 늘어나려면 파는 나라가 늘어야 합니다. 그 순서는 허가, 보험 약가 등재, 파트너의 판매 개시예요. 허가만 났고 약가 등재가 안 된 나라는 아직 매출을 만들지 않습니다.
먹는 GLP-1 쪽은 아직 허가 전입니다. Pre-ANDA 답변을 받은 다음 순서는 ANDA 정식 제출과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입니다. 미국 계약의 수익 인식이 허가 성공에 걸려 있으니, 계약 금액보다 먼저 볼 것은 제출과 허가 여부입니다.
두 축을 함께 보는 경우라면 볼 곳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선수수익 잔액이 다음 사업보고서에서 얼마나 줄었는지입니다. 줄어든 만큼이 매출로 넘어간 금액이에요.
다만 이 순서는 조건 하나로 뒤집히기도 합니다. 아일리아 특허 분쟁이 끝나지 않은 지역이 있고, 미국 계약에는 파트너가 예상 매출의 50%를 2년 연속 밑돌면 삼천당제약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조건을 바꿀 수 있는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허가와 발매 일정도 여러 차례 미뤄져 왔습니다.
숫자와 일정은 회사 발표가 아니라 공시에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사업보고서와 계약 공시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내역을 볼 수 있습니다. 개별 투자 판단은 이 글이 대신할 수 없고, 판단이 필요하면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은 곳에서 상담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불성실공시법인 벌점 5점을 받으면 주식 거래가 정지되나요? A. 해당 지정 건으로 부과된 벌점이 8점 이상일 때 1거래일 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됩니다. 5점은 그 기준에 못 미칩니다. 다만 벌점은 최근 1년간 누적으로 관리되므로 이후 지정 건이 더해지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Q. 계약 상대방 이름을 공시에 적지 않아도 되나요? A. 상대방이 요청하고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면 계약 상대와 일부 세부 조건을 가린 채 공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 금액과 계약 기간처럼 투자 판단에 필요한 항목은 기재 대상입니다. 가려진 항목이 무엇인지는 공시 본문의 유보 사유란에 적힙니다.
Q.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은 같은 말인가요? A. 화학 합성으로 만든 약의 복제약이 제네릭이고,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이 바이오시밀러입니다. 바이오시밀러는 완전히 똑같이 만들 수 없어 유사성을 임상으로 입증해야 하고, 그만큼 개발비와 기간이 제네릭보다 큽니다. 아일리아 쪽이 바이오시밀러, 먹는 GLP-1 쪽이 제네릭입니다.
Q. SCD411 같은 개발명과 제품명은 왜 다르게 부르나요? A. 개발 단계에서는 회사가 붙인 코드명으로 부르고, 허가를 받으면 나라별 규제기관에 등록한 제품명이 따로 생깁니다. 그래서 같은 약이 개발명, 제품명, 성분명 세 가지로 불립니다. 공시나 보도에서 이름이 달라 보여도 성분명을 맞춰 보면 같은 약인지 확인됩니다.
Q. 선수수익으로 잡힌 돈은 계약이 깨지면 돌려줘야 하나요? A. 반환 의무가 있는지는 계약서에 반환 조건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반환 의무가 있는 금액과 없는 금액은 재무제표 주석의 계약부채 항목에서 구분해 설명하도록 돼 있습니다. 사업보고서 주석에서 해당 항목을 찾아보면 됩니다.
Q. 아일리아 오리지널 특허는 언제 끝나나요? A. 물질특허와 제형특허의 만료 시점이 다르고, 나라마다 존속기간 연장 여부도 달라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일부 지역은 아직 분쟁이 진행 중입니다. 국가별 상황은 각국 특허청 공보와 회사의 사업보고서 소송 관련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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