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종목 얘기가 나오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늘 한 묶음으로 붙어 다니는데, 정작 두 회사가 만드는 배터리 모양이 서로 다르다는 건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원통형을, 삼성SDI는 각형과 원통형을 주력으로 만듭니다. 이 모양 차이가 고객사와 묶이는 방식까지 갈라놓아요. 한쪽은 완성차 회사와 합작공장을 세워 붙어 있고, 다른 쪽은 공급 계약으로 붙어 있죠. 사업보고서가 고객을 적는 방식마저 달라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름 없이 “주요 5대 매출처 약 63%“만 적고 삼성SDI는 이름을 적되 비중을 적지 않습니다. 아래에서 폼팩터, 고객 구조, 매출 구성, 그리고 절대 나란히 놓으면 안 되는 숫자까지 차례로 갈라 보겠습니다.
두 회사를 한 화면에 올려놓기 전에, 이 비대칭부터 알고 있어야 해요.
파우치·원통형 대 각형, 만드는 배터리부터 갈립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사업보고서는 회사의 강점을 설명하면서 파우치 배터리와 원통형 전지 두 가지만 언급합니다. 파우치는 기기 형태에 맞춰 규격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원통형은 검증된 성능과 안정성을 근거로 들어요. 각형은 나오지 않습니다.
삼성SDI 쪽은 연구개발 실적표를 보면 구분이 더 선명합니다. 2025년 진행·완료 과제가 이렇게 적혀 있어요.
- 전기차용: 각형 리튬 2차전지, 46파이 원형 전지
- 전력저장장치용: 각형 리튬 2차전지
- 전동공구·마이크로모빌리티용: 원형 전지
- IT 기기용: 파우치형 전지
삼성SDI에게 파우치는 전기차용이 아니라 스마트폰 같은 IT 기기용입니다. 사업보고서 본문에도 “당사만의 고유한 각형 기술력”이라는 표현으로 각형을 앞세워요.
정리하면 전기차 배터리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원통형, 삼성SDI는 각형과 원통형입니다. 원통형만 겹치고 나머지는 서로 다른 물건이죠.
여기서 미리 접어둘 게 하나 있어요. 폼팩터별 매출이 얼마인지는 두 회사 어느 쪽 사업보고서에도 없습니다. 찾느라 시간 쓰지 않아도 됩니다.

폼팩터가 다르면 고객과 묶이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파우치형은 알루미늄 라미네이트 필름으로 셀을 감싼 형태예요. 캔이 없으니 두께와 크기를 차량 바닥 공간에 맞춰 바꿀 수 있습니다. 대신 그 규격은 그 차종에 맞춰 나온 것이라, 셀 설계가 완성차 회사의 차체 설계와 함께 굴러가요.
각형은 알루미늄 캔에 담깁니다. 캔이 형태를 고정하니 규격을 표준에 가깝게 유지할 수 있고, 모듈로 쌓는 방식도 정형화하기 쉽죠.
원통형은 규격 자체가 이름입니다. 지름 21mm에 높이 70mm면 2170, 지름이 46mm로 커진 계열을 LG에너지솔루션은 46시리즈, 삼성SDI는 46파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셀을 여러 고객에게 그대로 넘길 수 있고, 전기차뿐 아니라 전동공구·마이크로모빌리티·데이터센터 백업 전원까지 쓰임이 퍼집니다.
이 성질 차이가 두 회사의 해외 법인 목록에 그대로 드러나요.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말 기준 해외 법인 26곳을 두고 있는데, 미국 오하이오·조지아, 캐나다 온타리오, 인도네시아 카라왕처럼 완성차 회사와 함께 세운 공장 법인이 여러 곳입니다.
삼성SDI는 에너지솔루션 부문 판매에서 거래선에 직접 공급하는 비중이 97%, 대리점 경유가 3%라고 적었어요. 합작법인이 없지는 않지만, 판매의 뼈대는 직접 공급 계약입니다.
두 회사 사업보고서는 고객사를 다르게 적습니다
같은 항목을 열어도 손에 쥐는 정보가 다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 매출처를 이렇게 씁니다. “당사의 주요 매출처는 자동차 OEM 업체로서 주요 5대 매출처에 대한 매출 비중은 약 63% 수준입니다.” 고객 이름은 한 곳도 없고, 집중도만 숫자로 나옵니다.
삼성SDI는 반대예요. “당사의 주요 매출처로는 BMW, Volkswagen Group, 삼성전자, Stellantis, AES 등입니다.” 이름은 다섯 곳이 나오는데 각각 몇 퍼센트인지는 없습니다.
이 목록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자동차 회사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삼성전자는 소형전지를 받는 쪽이고, AES는 미국의 전력 사업자입니다. 전기차 한 축으로만 삼성SDI 매출을 그리면 어긋나요.
결국 고객 집중도를 알고 싶으면 LG에너지솔루션 쪽에서만, 고객 이름을 알고 싶으면 삼성SDI 쪽에서만 답이 나옵니다. 두 항목을 나란히 표로 만들려는 시도는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고객은 합작법인 이름에 남습니다
사업보고서에 고객 이름이 없다고 해서 단서가 없는 건 아니에요. 사업장 현황에 적힌 해외 법인 이름이 사실상 고객 지도 역할을 합니다.
- Ultium Cells LLC, Ultium Cells Holdings LLC — 미국 오하이오, 델라웨어
- Nextstar Energy Inc. — 캐나다 온타리오
- L-H Battery Company, Inc. — 미국 오하이오
- HL-GA Battery Company LLC — 미국 조지아
- PT. HLI Green Power — 인도네시아 카라왕
- LG Energy Solution Arizona, INC. / Arizona ESS, INC. — 미국 애리조나
- LG Energy Solution Vertech Inc. — 미국 웨스트버러
얼티엄셀즈는 GM과, 넥스트스타는 스텔란티스와, L-H는 혼다와, HL-GA와 HLI그린파워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세운 법인입니다. 다만 사업보고서 표에는 법인명과 소재지만 적히고 합작 상대는 나오지 않아요. 파트너 이름은 회사가 따로 알린 내용에 기대야 하는 부분입니다.
원통형 쪽 고객은 성격이 또 달라요. 46시리즈는 테슬라와 리비안, 메르세데스-벤츠 등으로 공급처가 알려져 있고 2026년 들어 BMW까지 이름이 붙었습니다. 합작공장으로 묶이지 않아도 셀 규격이 표준이니 고객이 늘어납니다.
한 가지 더. LG에너지솔루션 사업보고서의 ‘경영상의 주요계약’ 항목은 “해당사항 없습니다”로 비어 있어요. 계약 단위로 고객을 확인하려는 접근은 이 회사에서는 막힙니다.
삼성SDI가 공시한 매출처 5곳과 계약 4건
삼성SDI는 그 비어 있던 칸이 채워져 있습니다. 2025년 사업보고서가 적은 주요 계약은 네 건이에요.
- 스텔란티스와 세운 합작법인 StarPlus Energy의 2공장 건설 계약
- 현대자동차와의 배터리 공급 계약 — 2026년부터 7년간 유럽향 전기차용
- 제너럴모터스와의 합작투자 계약 — 미국 내 합작법인 SDI-GM Synergy Cells Holdings LLC 설립
- 편광필름 사업 양도 — 2025년 9월 1일 종결, 최종 양도가액 1조 1,825억원
여기에 NextEra Energy와 맺은 3억 100만 달러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이 따로 적혀 있습니다. 연혁란에는 2025년 10월 BMW와의 전고체 배터리 실증 프로젝트 업무협약, 같은 해 12월 미국 대형 에너지 기업과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이 올라 있어요.
계약서 수준으로 고객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건 투자자 입장에서 편한 면이 있습니다. 동시에 그 계약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몫은 여전히 안 보인다는 한계도 같이 옵니다.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의 경우 두 회사 지분이 51 대 49로 갈리고, 계약 종료나 귀책 상황에서 삼성SDI가 상대 지분에 콜옵션을 행사할 권한을 갖는다는 조건까지 적혀 있어요. 숫자보다 구조를 읽어야 하는 회사입니다.

매출 23조 대 13조, 사업 구성은 어디서 갈리나
2025년 연결 기준으로 두 회사 규모는 이렇게 벌어집니다.
- LG에너지솔루션: 매출 23조 6,718억원, 영업이익 1조 3,461억원
- 삼성SDI: 매출 13조 2,667억원, 영업손실 1조 7,224억원
사업부문 구성은 더 갈려요.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솔루션 단일 부문이라 매출 100%가 배터리에서 나옵니다. 삼성SDI는 두 부문으로 나뉘어요.
- 에너지솔루션: 매출 12조 3,841억원, 비중 93.3%, 영업손실 1조 8,519억원
- 전자재료: 매출 8,826억원, 비중 6.7%, 영업이익 1,295억원
배터리에서 1조 8,519억원 적자가 났는데도 전사 적자가 1조 7,224억원에 그친 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를 파는 전자재료가 1,295억원을 벌었기 때문입니다. 삼성SDI를 순수 배터리 회사로 보면 이 완충 장치를 놓치게 돼요.
2026년 2분기로 오면 그림이 또 달라집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7조 5,602억원에 영업이익 1,133억원, 삼성SDI는 매출 3조 7,688억원에 영업이익 2,038억원을 기록했어요. 삼성SDI는 배터리 부문에서만 3조 5,190억원 매출과 1,593억원 영업이익을 냈고, 7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매출 규모는 여전히 두 배 가까이 벌어져 있는데 분기 영업이익은 뒤집힌 셈이죠.
연구개발비를 보면 두 회사가 지금 어디에 힘을 싣는지도 짐작이 갑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조 3,278억원으로 매출의 5.6%, 삼성SDI는 1조 4,209억원으로 매출의 10.7%를 썼어요. 매출은 절반 남짓인데 연구개발비 절대 금액은 삼성SDI가 더 큽니다.
내수 58% 대 수출 88%, 이 숫자는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매출실적 표만 보면 두 회사가 정반대로 보입니다.
- LG에너지솔루션: 수출 9조 8,583억원, 내수 13조 8,135억원 — 내수가 58%
- 삼성SDI: 수출 11조 6,568억원, 내수 1조 6,099억원 — 수출이 88%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위주 회사처럼 읽히죠.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주석을 보면 답이 나와요. LG에너지솔루션은 “각 법인들이 속한 국가내 발생 매출은 내수, 국가외 매출은 수출로 집계”한다고 적었습니다. 미국 법인이 미국에서 판 물량, 폴란드 법인이 유럽에서 판 물량이 전부 내수로 잡히는 구조예요. 해외 생산 비중이 클수록 내수가 커집니다. 판매경로 표를 보면 국외 매출의 84.1%가 해외 생산법인 직접 판매입니다.
삼성SDI는 수출 금액에 로컬수출을 포함한다고 적었어요. 집계 기준 자체가 다릅니다.
같은 함정이 두 군데 더 있습니다.
시장점유율은 서로 다른 제품, 다른 조사기관 기준이에요. LG에너지솔루션은 EV용 배터리 세계 점유율 9.2%를 SNE리서치 기준으로 적었고, 2024년 10.8%, 2023년 13.6%에서 내려온 흐름입니다. 삼성SDI가 적은 건 소형전지 점유율 13%로 TSR 보고서 기준이고, 2024년 15%, 2023년 17%였어요. 하나는 전기차용, 하나는 소형전지입니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는 순간 아무 의미가 없어집니다.
가동률도 마찬가지예요. LG에너지솔루션은 생산능력 51조 4,743억원어치에 생산실적 24조 5,017억원으로 평균가동률 47.6%를 적었습니다. 금액 기준이고, 2024년 57.8%, 2023년 69.3%에서 내려왔어요. 삼성SDI가 적은 가동률 50%는 소형전지 개수 기준으로, 생산능력 25억 2,000만 개에 생산실적 12억 6,900만 개입니다. 분모와 단위가 다르니 우열을 가릴 수 없습니다.

두 배터리주를 볼 때 맞대볼 숫자와 버릴 숫자
무엇이 궁금한지에 따라 열어야 할 자리가 갈립니다.
- 고객 집중 위험이 궁금하다면 → LG에너지솔루션의 5대 매출처 약 63%가 유일한 실마리예요. 삼성SDI는 같은 숫자를 공개하지 않으니, 매출처 다섯 곳의 이름과 주요 계약 네 건으로 구조를 짐작하는 우회로를 써야 합니다.
- 사업 부문별 손익을 나눠 보고 싶다면 → 삼성SDI만 가능합니다. 에너지솔루션과 전자재료가 따로 나와요. LG에너지솔루션은 단일 부문이라 나눌 대상이 없습니다.
- 전기차 수요 둔화의 충격을 재고 싶다면 → 두 회사 모두 폼팩터별 매출을 공시하지 않으니, 분기 실적 발표의 제품군 설명과 가동률 추이가 현실적인 대체재입니다.
- 해외 생산 비중을 보고 싶다면 → 매출실적의 수출·내수가 아니라 판매경로 비중과 해외 법인 목록을 봐야 합니다.
버릴 것도 분명해요.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한 줄에 놓는 것, 가동률을 우열로 읽는 것, 내수 비중을 국내 매출로 읽는 것. 이 셋은 숫자가 있어도 비교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회사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를 한 줄씩 붙여둘게요.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전기차 물량이 흔들리는 자리를 46시리즈 원통형과 ESS로 메우는 중이고, ESS는 셀 납품을 넘어 시스템 통합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겠다고 사업보고서에 적었습니다. 삼성SDI는 각형을 축으로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를 붙잡으면서 ESS용 각형 LFP와 46파이 원형으로 품목을 넓히고 있어요.
다만 여기 적힌 수치는 2025년 사업보고서와 2026년 2분기 실적 기준입니다. 분기마다 뒤집히는 항목이 많은 업종이라, 실제 판단은 가장 최근 공시를 직접 확인한 뒤에 내리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사업 구조를 읽는 틀일 뿐이고,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각자의 몫이에요.
자주 묻는 질문
Q. 두 회사 사업보고서는 언제,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회사명으로 찾으면 됩니다. 두 회사 모두 12월 결산이라 연간 사업보고서는 이듬해 3월 중순까지 올라와요. 2025년 실적을 담은 보고서는 2026년 3월에 나왔습니다.
Q. LFP 배터리는 두 회사도 만드나요? A. 둘 다 ESS 쪽에서 먼저 시작했어요.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세운 얼티엄셀즈 테네시 공장에서 ESS용 LFP 셀 양산에 들어갔고, 삼성SDI는 각형 LFP를 적용한 ESS 제품의 미국 현지 양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용 LFP는 아직 중국 업체들의 비중이 큰 영역입니다.
Q. 전고체 배터리는 어디까지 왔나요? A. 삼성SDI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고, 2025년 10월 BMW와 전고체 실증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와 함께 바이폴라, 소듐 전지를 차세대 과제로 연구개발 항목에 올려두고 있어요. 다만 양산 시점은 회사가 제시한 목표이지 확정된 일정이 아닙니다.
Q. 46파이 원통형은 두 회사가 모두 하나요? A. 네.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에서 46시리즈 양산을 시작했고 미국 애리조나 공장을 준비 중입니다. 삼성SDI도 전기차 완성차 업체로부터 46파이 수주를 마쳤고 헝가리 공장에 라인을 새로 짓는 계획을 밝혔어요. 원통형은 두 회사가 정면으로 겹치는 유일한 폼팩터입니다.
Q. 삼성SDI 전자재료 부문은 배터리와 무슨 관계인가요? A. 직접 관계는 없습니다. 반도체용 소재와 OLED·QD 같은 디스플레이 소재를 만드는 별도 사업이에요. 2025년 매출 8,826억원에 영업이익 1,295억원을 냈고, 전자재료 안에 있던 편광필름 사업은 2025년 9월 매각이 끝났습니다.
Q. 전기차용과 ESS용 매출을 따로 볼 수는 없나요? A. 사업보고서에는 그 구분이 없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V·ESS·소형을 한 품목으로 묶어 적고, 삼성SDI도 소형전지 등으로 묶어 적어요. 용도별 흐름은 분기 실적 발표에서 회사가 설명하는 정성적 내용으로만 따라갈 수 있습니다.
두 회사가 만드는 배터리 모양이 다르고 고객과 묶이는 방식도 다르다는 걸 알고 나면, 다음 실적 기사에 나오는 ‘파우치 물량 감소’나 ‘각형 신규 수주’ 같은 문장이 그냥 지나가지 않을 거예요. 사업보고서가 새로 올라올 때마다 숫자만 갈아 끼워 다시 읽을 수 있게, 이 글을 즐겨찾기에 담아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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