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기기 쪽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이 거의 항상 한 묶음으로 나오는데, 정작 둘이 서로 다른 물건을 판다는 설명은 잘 안 보이더군요.
둘을 가르는 선은 전압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발전소에서 나온 전기를 멀리 보내는 구간, 초고압 변압기와 고압차단기 쪽에 무게가 실려 있어요. LS일렉트릭은 그 전기를 공장과 건물 안에서 나누고 제어하는 구간이 본진이고, 여기에 자동화 기기와 금속 자회사까지 폭이 넓습니다. 2025년 연간으로 매출은 LS일렉트릭이 4조9,622억 원으로 더 크지만, 영업이익은 HD현대일렉트릭이 9,953억 원으로 두 배 넘게 앞섭니다. 이 뒤집힘이 어디서 생기는지가 이 글의 뼈대예요.
파는 물건부터 수주잔고 읽는 법까지 순서대로 갈라보겠습니다.
송전과 배전, 전압 계단에서 갈리는 두 회사의 자리
전기는 발전소에서 나오자마자 전압을 크게 올립니다. 멀리 보낼수록 손실이 줄기 때문이에요. 765kV, 345kV, 154kV 같은 숫자가 이 구간에 붙습니다. 변전소에서 22.9kV로 낮추고, 건물이나 공장 앞에서 다시 380V와 220V까지 내려요.
이 계단의 위쪽이 HD현대일렉트릭의 자리입니다. 통상 50kV 이상 구간에 들어가는 전력변압기와 고압차단기가 이 회사 매출의 절반 안팎을 차지해요. 계단의 아래쪽, 그러니까 배전반과 중저압 차단기처럼 전기를 잘게 나눠 쓰는 구간에서 오래 버틴 쪽이 LS일렉트릭입니다.
두 회사가 아예 안 겹치는 건 아니에요. LS일렉트릭도 초고압 변압기와 초고압 GIS를 만들고, 2025년 말 기준 수주잔고에서 초고압 변압기가 2조6,975억 원으로 가장 큰 덩어리였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 역시 배전반과 중저압 차단기를 별도 사업부로 굴리고요. 겹치는 품목이 있어도 무게중심은 분명히 다릅니다.
HD현대일렉트릭 사업부문 3가지와 각각의 매출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의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가 인적분할해 나온 회사입니다. 사업부는 세 개예요.
- 전력기기: 초고압 전력변압기, 고압차단기
- 배전기기: 배전반, 중저압 차단기, 배전변압기
- 회전기기: 선박용 발전기, 고압·저압 전동기

2026년 2분기 기준 사업부별 매출은 전력기기 5,359억 원, 배전기기 2,312억 원, 회전기기 1,599억 원이었습니다. 같은 분기 전력기기는 1년 전보다 10.7%, 배전기기는 20.2%, 회전기기는 9.5% 늘었어요. 덩치는 전력기기가 압도적이지만, 증가 속도는 배전기기 쪽이 빨랐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 축인 회전기기가 이 회사만의 특징이에요. 선박 안에서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와 정박을 돕는 전동기가 여기 들어갑니다. 조선 업황과 실적이 한 줄로 이어지는 사업부가 따로 있는 셈이죠.
세 사업부 매출을 더하면 9,270억 원인데, 같은 분기 연결 매출은 1조1,418억 원입니다. 숫자가 안 맞는 게 정상이에요. 사업부로 나누지 않는 부문과 해외 종속회사 실적, 내부거래 조정이 연결 단계에서 다시 얹히고 빠지기 때문입니다. 부문 매출과 연결 매출을 같은 표에 놓고 비교할 때는 이 간극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LS일렉트릭 매출 구성이 전력 자동화 금속으로 갈리는 이유
LS일렉트릭의 뿌리는 훨씬 깁니다. 1974년 럭키포장으로 출발해 금성산전, LG산전, LS산전을 거쳐 2020년에 지금 이름이 됐어요. 사업 구분도 그만큼 여러 갈래입니다.
- 전력: 변압기, 배전반, 차단기, 전력 시스템, 신재생 관련
- 자동화: PLC, 인버터 등 공장 자동화 기기
- 금속: 동관·스테인리스강관을 만드는 LS메탈
- IT 및 기타 종속회사
2025년 3분기 기준 매출 구성을 보면 전력 103.4%, 자동화 12.7%, 금속 13.6%, IT 2.8%, 연결 조정 -32.5%로 잡힙니다. 합이 100%를 넘는 게 이상해 보이지만 계산은 맞아요. 부문별 숫자는 내부거래를 빼기 전 단순 합이고, 계열사끼리 주고받은 매출을 마지막에 -32.5%로 상계하는 구조입니다. LS일렉트릭 매출 구성을 볼 때 연결 조정 항목을 빼놓으면 부문 비중을 실제보다 크게 읽게 됩니다.
전력 부문만 떼어 보면 성장은 꾸준했습니다. 2023년 3조6,612억 원, 2024년 4조676억 원, 2025년 5조234억 원이었어요.
자동화 부문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영업이익이 2023년 212억 원에서 2024년 80억 원으로 내려앉았고, 2025년에도 100억 원 수준에 머물렀어요. 전기차 수요 둔화가 길어지면서 설비 투자가 미뤄진 영향이 컸습니다. 2026년 1분기에는 11억 원 영업손실로 적자를 냈다가, 2분기에 매출 979억 원, 영업이익 94억 원으로 돌아섰습니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제조 설비 투자가 살아난 구간이었죠.
매출은 LS일렉트릭이 크고 영업이익은 HD현대일렉트릭이 크다
2025년 연간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 HD현대일렉트릭: 매출 4조795억 원, 영업이익 9,953억 원
- LS일렉트릭: 매출 4조9,622억 원, 영업이익 4,269억 원
매출은 LS일렉트릭이 8,827억 원 더 많은데, 영업이익은 HD현대일렉트릭이 5,684억 원 더 벌었습니다. 두 회사 모두 그해 사상 최대 실적이었고요.

격차의 출발점은 제품 믹스입니다. 초고압 변압기는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세계적으로 제한돼 있고, 노후 전력망 교체와 데이터센터 증설이 겹치면서 납기가 밀린 품목이에요. 주문이 밀린 시장에서는 판가 인상분이 원가를 넘겨 이익으로 남습니다. 반면 LS일렉트릭 매출에는 동관·강관을 파는 금속 부문처럼 구조적으로 마진이 얇은 사업이 함께 들어가 있어요. 같은 4조~5조 원대 매출이라도 안에 담긴 물건이 다르면 남는 돈이 이렇게 갈립니다.
영업이익률 24% 대 9%를 직접 계산해 보는 법
계산 자체는 단순합니다. 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누고 100을 곱하면 끝이에요.
- HD현대일렉트릭 2025년: 9,953 ÷ 40,795 = 24.4%
- LS일렉트릭 2025년: 4,269 ÷ 49,622 = 8.6%
2026년 2분기로 오면 HD현대일렉트릭이 매출 1조1,418억 원에 영업이익 2,870억 원으로 25.1%, LS일렉트릭이 매출 1조5,770억 원에 영업이익 1,785억 원으로 11.3%입니다. 둘 다 개선됐지만 순서는 그대로예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LS일렉트릭의 2026년 2분기 전력 부문만 떼면 매출 1조915억 원에 영업이익 1,374억 원, 12.6%가 나와요. 전사 11.3%보다 높죠. 금속과 IT 같은 저마진 사업, 그리고 연결 조정이 전사 이익률을 눌러온 겁니다.
그래서 두 회사를 전사 영업이익률 하나로 줄 세우는 일은 굳이 안 하셔도 됩니다. 비교하려면 HD현대일렉트릭 전력기기와 LS일렉트릭 전력 부문처럼 성격이 비슷한 칸끼리 맞춰야 뜻이 생겨요. 숫자가 아깝다고 전사끼리 붙이면, 사업 구성이 넓은 회사가 자동으로 손해를 봅니다.
수주잔고 6조와 84억달러, 같은 잣대로 재면 틀린다
두 회사 모두 수주잔고를 공개하는데 단위부터 다릅니다.
- HD현대일렉트릭 2026년 2분기 말: 84억9,000만 달러, 1년 전보다 29.6% 증가
- LS일렉트릭 2026년 2분기 말: 6조9,998억 원, 1년 전보다 81.5% 증가
신규 수주도 마찬가지예요. 같은 분기 HD현대일렉트릭은 14억4,000만 달러를 새로 받아 44.6% 늘었고, LS일렉트릭은 2조835억 원으로 243% 급증했습니다.
달러로 세는 쪽이 그만큼 수출 비중이 높다는 신호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5년 북미에서만 매출 1조6,149억 원을 올려 전체의 40% 가까이를 채웠고, 2025년 말 수주잔고에서 북미가 65.8%를 차지했어요. LS일렉트릭도 2025년 북미 매출이 처음 1조 원을 넘겼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몫은 20% 안팎으로 결이 다릅니다.

잔고 절대액을 서로 비교하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한쪽은 달러 표시라 환율에 따라 원화 환산액이 흔들리고, 담긴 물건의 납기도 다르거든요. 초고압 변압기처럼 제작에 오래 걸리는 품목은 잔고가 매출로 풀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배전반은 상대적으로 회전이 빠릅니다. 잔고에서 볼 것은 크기보다 증가율, 그리고 어떤 품목과 어느 지역으로 채워졌는지예요.
실적 발표일에 회사별로 먼저 볼 숫자
같은 업종이어도 확인 순서는 다르게 잡는 편이 낫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이라면 이 순서로 보세요.
- 달러 기준 수주잔고와 신규 수주 증가율
- 잔고 안의 북미 비중 변화
- 전력기기 사업부 매출과 전사 영업이익률이 20%대를 지켰는지
- 회전기기 매출의 분기 흐름, 선박용 제품은 계절성이 있습니다
LS일렉트릭이라면 볼 곳이 다릅니다.
- 전력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 그리고 전력 부문 자체 이익률
- 자동화 부문이 흑자를 유지했는지
- 연결 조정 폭이 커졌는지 줄었는지
-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반 각각의 수주잔고
부문별 숫자는 분기 실적 발표 자료와 전자공시의 사업보고서·분기보고서 ‘사업의 내용’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기사 요약본은 부문 하나만 떼어 전하는 경우가 많아서, 비중을 따지려면 원본 표를 여는 편이 안전합니다.
관심이 데이터센터냐 공장이냐에 따라 갈리는 선택
어느 회사를 먼저 열어볼지는 관심사에 따라 갈립니다.
북미 전력망 교체나 초고압 변압기 공급 부족 같은 수출 사이클이 궁금하다면 HD현대일렉트릭 쪽 자료가 먼저입니다. 매출의 40% 가까이가 북미에서 나오고 잔고의 3분의 2가 그 지역에 걸려 있어, 미국 전력 투자 뉴스가 실적으로 옮겨오는 경로가 짧아요. 조선 업황까지 함께 보고 싶다면 회전기기 사업부가 연결 고리가 됩니다.
데이터센터 배전, 공장 자동화, 전기차 충전처럼 국내외 여러 축을 한 회사 안에서 보고 싶다면 LS일렉트릭 쪽이 읽을거리가 많습니다. 대신 부문이 많은 만큼 전사 숫자만으로는 실체가 잘 안 잡히니, 전력 부문을 따로 떼어 보는 습관이 필요해요. 자동화 부문의 흑자 전환이 이어지는지도 함께 봐야 하고요.

두 회사의 주가나 시가총액부터 비교하는 일은 지금 단계에서 미뤄두셔도 됩니다. 파는 물건과 이익이 남는 자리를 모른 채 배수만 견주면, 사업 구성이 다른 회사를 같은 잣대로 재게 되니까요. 다만 여기 적은 숫자는 특정 시점의 공시와 실적 발표 기준이라 분기마다 달라집니다. 실제 판단에 쓰실 때는 최신 보고서를 직접 확인하시고, 투자 결정은 본인의 상황과 전문가 상담을 함께 놓고 내리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내 전력기기 상장사가 이 두 곳뿐인가요? A. 아닙니다. 초고압 변압기와 중전기기를 만드는 상장사가 여럿 있고, 배전변압기나 전선처럼 인접 품목을 다루는 회사도 같은 테마로 묶입니다. 다만 매출 규모와 사업부 구성이 제각각이라, 비교할 때는 품목이 겹치는 회사끼리 놓는 편이 낫습니다.
Q. 초고압 변압기는 왜 공급이 부족해졌나요? A. 선진국 전력망이 수십 년 만에 교체 시기를 맞은 데다,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 설비가 동시에 전력을 끌어쓰면서 수요가 몰렸습니다. 변압기는 설계와 시험에 시간이 걸리고 생산 능력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워, 주문이 몰리면 납기가 길어집니다.
Q. 두 회사의 최대주주는 각각 누구인가요? A. HD현대일렉트릭은 HD현대가 최대주주로 35.41%를 보유하고, 특수관계인을 합치면 37%대입니다. LS일렉트릭은 지주회사 LS가 2026년 4월 기준 48.46%를 보유하고 있고, 국민연금이 1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려두고 있습니다.
Q. 수주잔고는 언제 매출로 잡히나요? A. 계약 즉시 매출이 되지 않고, 제작과 납품 진행에 따라 여러 분기에 나눠 인식됩니다. 그래서 잔고가 크게 늘어도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생기고, 품목별 납기가 길수록 그 간격이 벌어집니다.
Q. 분기 실적은 보통 언제 발표하나요? A. 두 회사 모두 분기가 끝난 뒤 대략 한 달 안팎에 실적을 공개하고, 같은 날 IR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연간 사업보고서는 결산 이후 3월 중에 전자공시로 제출됩니다.
Q. 부문별 매출 비중을 직접 계산하려면 어떤 값을 써야 하나요? A. 사업보고서의 부문별 매출액을 그대로 쓰되, 내부거래 조정 전 금액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조정 전 숫자를 연결 매출로 나누면 합이 100%를 넘게 되니, 비중을 낼 때는 부문 합계를 분모로 잡거나 조정 항목을 함께 표기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두 회사를 ‘전력기기’라는 한 단어로 묶던 습관은 정리되셨을 거예요. 다음 분기 실적이 나올 때 이 글의 확인 순서를 그대로 꺼내 쓰실 수 있게 즐겨찾기에 담아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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