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항 신항 부두에서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배가 미주로 떠납니다. 멀지 않은 선석에서는 철광석과 곡물을 싣는 배가 출항을 기다립니다. 같은 회사 배인데 회사에 남기는 돈은 서로 다릅니다.
2026년 상반기 HMM의 영업이익을 실제로 떠받친 쪽은 뒤쪽 배, 벌크 부문입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년 전보다 11.7%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26.4% 줄었어요. 매출이 느는 동안 이익은 줄어든 반기였다는 뜻입니다. 그 감소분은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컨테이너 부문에서 나왔습니다.
컨테이너 매출은 벌크의 5배인데 영업이익은 1.6배다
두 부문 중 어느 쪽이 회사에 돈을 더 남겼을까요. 매출만 보면 답은 뻔합니다.
2026년 상반기 컨테이너 부문 매출은 5조 737억 원으로 전체의 82.9%입니다. 벌크 부문은 9,613억 원으로 15.7%예요. 나머지 1.4%는 터미널 운영 같은 사업에서 나옵니다.
영업이익으로 넘어가면 순서가 흔들립니다. 컨테이너 부문 영업이익은 3,83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9.9% 줄었고, 벌크 부문은 2,394억 원으로 249.5% 늘었습니다. 매출은 5.3배 차이인데 영업이익은 1.6배 차이로 좁혀져요.

2분기만 떼어 보면 대비가 더 선명해집니다. 벌크 부문은 2분기 매출의 16.4%를 만들었는데, 두 부문 영업이익을 합한 금액에서는 44.1%를 차지했습니다. 매출에서 가져간 몫의 2.7배를 이익에서 만든 셈입니다.
기간을 어떻게 자르느냐에 따라 방향이 반대로 보이기도 합니다. 2026년 2분기 영업이익은 3,541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1.9% 늘었어요. 그런데 상반기 전체로는 26.4% 줄었습니다. 1분기 영업이익이 56.2% 감소한 탓이에요.
2분기에 52% 늘었다는 말과 상반기에 26% 줄었다는 말은 둘 다 사실입니다. 한쪽만 떼어 읽으면 회사가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를 거꾸로 보게 돼요.
주력이 벌지 못한 몫을 조연이 메운 반기였습니다. 그럼 이 매출 6조 1,207억 원은 어느 바다에서 들어왔을까요?
매출이 들어오는 노선 5곳, 가장 큰 곳이 가장 천천히 늘었다
반기보고서는 매출을 화물이 도착하는 지역으로 나눠 적습니다. 컨테이너만 따로 뽑은 표가 아니라 벌크와 나머지 사업까지 합친 전사 매출이에요. 미주 노선 컨테이너 매출로 바꿔 읽으면 다른 숫자가 됩니다.
가장 큰 쪽은 미주입니다. 2026년 상반기 미주 매출은 1조 9,256억 원으로 전체의 31.5%인데, 증가율은 3.6%에 그쳤습니다. 구주가 1조 7,585억 원으로 28.7%를 차지하고 9.4% 늘었어요.
증가율이 높은 곳은 따로 있습니다. 남북항로는 7,333억 원으로 12.0%를 차지하면서 28.2% 늘었고, 기타 지역은 9,850억 원으로 16.1%에 28.7% 증가했습니다. 아주는 7,183억 원으로 11.7%를 차지했고 6.6% 늘었어요.
매출이 큰 항로와 매출이 빨리 느는 항로가 갈렸습니다. 미주와 구주 두 곳이 여전히 전체의 60.2%를 만들지만, 지난 1년 사이 늘어난 몫은 남북항로와 기타 지역에서 더 많이 나왔습니다.
노선을 아무리 잘게 나눠도 컨테이너 부문 영업이익이 왜 반으로 줄었는지는 여기서 나오지 않아요. 답은 컨테이너 한 개를 나르고 받은 돈과, 그 배를 움직이는 데 든 돈에 있습니다.
평균운임이 그대로인데 영업이익이 반으로 준 이유
컨테이너 한 개를 나르고 받은 돈부터 봅니다. 2026년 상반기 컨테이너 평균운임은 TEU당 1,219.22달러입니다. 2025년 연간 평균이 1,214.16달러였으니 사실상 제자리예요.
시장 지수는 다르게 움직였습니다. 상하이발 컨테이너 현물 운임 지수인 SCFI의 2026년 2분기 평균은 2,337포인트로 1년 전보다 42.1% 올랐습니다. 지수가 오르는 것과 회사가 실제로 받는 운임이 오르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뜻이에요. 2024년 연간 평균운임 1,604.57달러와 견주면 오히려 24% 낮은 수준입니다.
받는 값이 제자리인 사이 넣는 값은 올랐습니다. 2026년 상반기 연료유 단가는 톤당 576.49달러로 1년 전보다 35.8% 뛰었어요. 배를 움직이는 데 드는 돈이 3분의 1 넘게 늘어난 겁니다.
배를 얼마나 채워 다녔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2026년 상반기 컨테이너선 소석률은 67.6%였습니다. 자리 열 칸 가운데 세 칸 가까이를 비운 채 운항했다는 뜻이에요. 빈 자리가 있다고 연료가 그만큼 덜 드는 것은 아닙니다.

파는 값은 제자리, 넣는 값은 상승, 채운 자리는 3분의 2입니다. 컨테이너 부문 영업이익이 반으로 준 자리에 이 셋이 겹쳐 있어요. 그럼 이 운임은 누가 낸 돈일까요?
매출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곳은 화주가 아니라 경쟁 선사다
반기보고서는 규모가 큰 매출처를 따로 적습니다. 2026년 상반기 기준 단일 최대 매출처는 화물을 맡긴 대형 화주가 아니라 같은 얼라이언스에 속한 선사들이에요. 여기서 나온 매출이 8,081억 원으로 연결 총매출의 16.8%입니다.
해운 동맹은 선사끼리 노선을 나눠 맡고 배의 남는 자리를 서로 사고파는 구조로 움직입니다. 같은 항로에서 화물을 두고 겨루는 회사가 동시에 가장 큰 고객이 되는 이유예요.
매출처 한 곳이 전체의 6분의 1을 차지한다는 것은, 이 회사 매출을 항로와 화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가 이미 끝난 반기의 숫자입니다. 회사가 다음 4년을 어디에 걸었는지는 7월 이사회 결정에 적혀 있어요.
29조원으로 늘리는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척수
2026년 7월 24일 HMM 이사회는 2030년까지의 중장기 전략을 정했습니다. 총 투자 규모는 약 29조 원입니다. 2024년 9월에 내놓은 23조 5천억 원에서 늘어난 금액이에요.
배는 두 방향으로 함께 키웁니다. 컨테이너선은 2025년 말 94척, 99만 TEU에서 2030년 말 166척, 147만 TEU가 됩니다. 벌크선은 같은 기간 51척에서 110척으로 늘어납니다.

척수만 놓고 보면 컨테이너선은 1.8배, 벌크선은 2.2배예요. 이번 반기에 매출의 15.7%로 영업이익의 38.4%를 만든 부문에 배를 더 붙이는 계획입니다. 계획과 실적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에요.
그렇다면 다음 실적표를 열 때는 어떤 숫자를 먼저 봐야 할까요?
HMM 실적, 운임이 오를 때와 내릴 때 먼저 볼 숫자가 다르다
컨테이너 운임이 오르는 국면에서는 매출 비중만 봐도 큰 오차가 없습니다. 매출이 큰 부문이 이익도 함께 키우기 때문이에요. 운임이 치솟았던 2021년과 2022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운임이 제자리이거나 내려가는 국면에서는 두 숫자가 갈라집니다. 2026년 상반기가 그런 반기였어요. 매출의 82.9%를 만든 컨테이너 부문이 영업이익에서는 61.6%를 만들었고, 매출의 15.7%를 만든 벌크 부문이 나머지 38.4%를 채웠습니다.
이럴 때는 부문마다 이익 기여를 직접 계산해 보면 됩니다. 부문 영업이익 비중을 부문 매출 비중으로 나누세요. 1보다 크면 매출에서 차지한 몫보다 이익을 더 낸 부문입니다.
2026년 상반기 숫자를 넣으면 컨테이너 부문은 0.74, 벌크 부문은 2.45가 나옵니다. 2분기만 넣으면 컨테이너 부문 0.68, 벌크 부문 2.69로 격차가 더 벌어져요. 반기보고서에 실린 부문별 매출과 영업이익 네 개만 있으면 낼 수 있는 값입니다.

다만 이 계산은 이미 발표된 기간을 나눠 보는 방법입니다. 앞으로의 숫자는 운임과 연료유, 항로 상황에 따라 달라져요. 2026년 8월 기준 홍해와 호르무즈 항로는 정상화되지 않았고, 미국이 예고한 301조 항만 수수료는 2026년 11월 9일까지 시행이 유예된 상태입니다. 부문별 원자료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반기보고서에서 재무제표 주석의 부문정보를 열면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HMM 지분은 지금 누가 얼마나 들고 있나요? A. 2026년 8월 14일 기준으로 한국산업은행이 35.42%, 한국해양진흥공사가 35.08%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 단독 매각은 2026년 3월 보도 기준으로 검토 단계이고, 지분율에는 아직 변동이 없습니다.
Q. 수송량 202만 TEU라는 숫자를 봤는데 2분기 실적인가요? A. 2,024,196 TEU는 2026년 상반기 누적 수송량입니다. 2분기 단독으로는 약 100만 9천 TEU이며, 기사마다 기간 라벨이 섞여 있어 어느 기간의 숫자인지 확인하고 읽어야 합니다.
Q. 2021~2022년 실적과 지금을 비교해도 되나요? A. 2022년 연간 영업이익은 9조 9,455억 원이었고 2026년 상반기는 6,232억 원입니다. 당시는 코로나19 이후 운임이 급등한 시기여서 같은 잣대로 놓기 어렵습니다.
Q. 29조 원 가운데 벌크선에는 얼마가 들어가나요? A. 2026년 7월 24일 이사회가 정한 내용 중 공개된 것은 총 투자 규모 약 29조 원까지입니다. 부문별 배분 금액은 회사 공식 자료로 확인되지 않아 매체마다 다르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Q. 미주 매출 증가율이 낮은 것은 미국 항만 수수료 때문인가요? A. 미국이 예고한 301조 항만 수수료는 2026년 11월 9일까지 시행이 유예된 상태라 2026년 상반기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상반기 미주 매출 증가율이 3.6%에 그친 원인은 공시 자료만으로는 하나로 특정되지 않습니다.
Q. 벌크 부문 이익이 늘어난 것은 항로 상황 때문인가요? A. 2026년 2분기 벌크선 운임 지수인 BDI 평균은 2,756포인트로 1년 전보다 87.9% 올랐습니다. 다만 홍해와 호르무즈 항로는 2026년 8월 기준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이고, 이익 증가의 원인을 특정 항로 하나로 돌릴 수 있는지는 공시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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