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 앱에서 필옵틱스를 눌렀다가 매출 그래프만 보고 창을 닫은 적 있으시죠? 1년 전에는 4천억 원대였는데 지금은 1천억 원대로 찍혀 있으니까요.
이 회사의 매출은 축이 둘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파는 OLED 장비, 그리고 자회사 필에너지가 삼성SDI에 파는 배터리 장비예요. 서로 다른 산업이라 한쪽이 쉬면 다른 쪽이 받쳐 줄 것 같지만, 2025년에는 두 축이 같이 줄었습니다.
왜 같은 해에 함께 줄었을까요? 장비 회사의 매출은 고객사가 라인을 새로 깔 때 생기기 때문입니다. 디스플레이 패널 회사와 배터리 회사가 설비투자를 미룬 시기가 겹치면 두 축이 동시에 빕니다.
그 라인에 들어가는 장비는 두 축에서 서로 다릅니다.
OLED 화면을 자르는 장비와 배터리를 쌓는 장비
필옵틱스가 직접 만드는 쪽은 OLED 장비입니다. 패널 회사가 커다란 유리 원장 하나에 화면을 여러 개 찍어 놓으면, 그것을 레이저로 잘라 내고 가장자리를 다듬는 공정에 이 장비가 들어갑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워치에 붙는 화면이 이 공정을 지나갑니다.
이 장비를 받는 곳은 삼성디스플레이입니다.
배터리 장비는 자회사 필에너지가 맡습니다. 필옵틱스가 2020년에 배터리 장비 부문을 떼어 내 만든 회사고, 2023년 7월에 코스닥에 따로 상장했어요.
필에너지가 만드는 것은 전극을 정해진 모양으로 잘라 탭을 내는 레이저 노칭 장비와, 잘라 낸 극판을 층층이 쌓는 스태킹 장비입니다. 이 장비를 받는 곳은 삼성SDI입니다. 삼성SDI는 필에너지 지분 14.12%를 가진 2대 주주이기도 하고, 필에너지 매출은 대부분 이 회사에서 나옵니다.

두 축은 만드는 물건도 파는 상대도 다릅니다. 같은 것이 하나 있어요. 어느 쪽이든 사 주는 회사가 사실상 한 곳씩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면 지난해 매출에서 두 축은 각각 얼마씩 가져왔을까요?
필옵틱스 매출 1034억에서 배터리 장비 몫은 얼마일까?
숫자 두 개만 있으면 갈라 볼 수 있습니다. 필옵틱스가 낸 연결 매출과, 필에너지가 따로 낸 매출입니다.
필옵틱스의 2025년 연결 매출은 1034억 원입니다. 같은 해 필에너지 매출은 332억 원이었어요. 연결에서 자회사 몫을 빼면 OLED 장비를 비롯한 본체 사업이 대략 700억 원입니다.
1년 전과 대보면 두 축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입니다. 2024년 연결 매출은 4108억 원, 그중 필에너지가 2854억 원이었습니다. 본체는 1250억 원쯤이었던 셈이에요.
줄어든 폭은 두 축이 달랐습니다. 배터리 장비는 2854억 원에서 332억 원으로 88.4% 빠졌고, 본체는 절반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전체 매출이 4분의 1이 된 것은 덩치가 컸던 배터리 장비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 뺄셈은 어림입니다. 연결 매출에는 두 회사가 서로 주고받은 거래가 빠져 있어서, 뺀 값이 본체 매출과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아요. 그래도 어느 축이 얼마나 비었는지 방향을 잡는 데는 충분합니다.
다음 실적이 나올 때도 같은 순서로 하면 됩니다. 필옵틱스 연결 매출을 적어 두고, 필에너지가 발표한 매출을 빼세요.
두 축이 한꺼번에 비었다는 말은 주문이 한꺼번에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장비 회사는 주문을 받은 날과 매출로 잡는 날이 같지 않습니다.
계약을 따낸 달과 매출로 잡히는 달이 다른 이유
필에너지가 2026년 7월 1일에 낸 공급계약 공시에 이 시차가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배터리 장비 712억 원어치를 공급하는 계약인데, 계약 기간이 2026년 7월 1일부터 2027년 3월 30일까지예요. 2025년 매출 332억 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계약을 딴 날은 2026년 7월이지만, 그 금액이 그달에 매출이 되지는 않습니다. 장비를 설계하고 만들어 고객사 라인에 넣는 기간이 2027년 3월까지 잡혀 있고, 매출도 그 기간에 걸쳐 들어옵니다. 그래서 공시에서 금액 다음으로 볼 자리가 계약 종료일입니다.

이 시차는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합니다. 2025년 매출이 비었다는 것은 그보다 앞서 받아 둔 주문이 적었다는 뜻이에요. 지금 들어온 주문도 지금 실적이 아니라 다음 회계연도 실적으로 나타납니다.
장비 회사의 실적이 해마다 크게 출렁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고객사가 라인을 늘리는 해에 매출이 몰리고, 쉬는 해에는 그대로 비어요. 고객사가 두 곳이면 이 출렁임을 서로 상쇄해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회사는 축을 하나 더 붙이려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축으로 준비 중인 유리기판 장비
반도체 칩을 얹는 기판을 지금은 플라스틱 계열 소재로 만드는데, 이것을 유리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유리기판에는 위아래를 잇는 구멍을 아주 많이 뚫어야 해요. 한 장에 뚫리는 구멍이 수십만 개에서 200만 개에 이릅니다.
필옵틱스가 준비한 것이 이 구멍을 뚫는 TGV 장비입니다. 구멍 뚫는 장비 말고도 기판을 낱개로 잘라 내는 싱귤레이션 장비, 회로를 새기는 DI 노광기, ABF 드릴링 장비를 갖췄습니다. 2025년 4월에는 구멍이 제대로 뚫렸는지 보는 검사 장비도 내놨어요.
라인업이 넓다는 것과 물건을 팔았다는 것은 다릅니다. 이 장비들이 양산 라인에 들어가는 계약으로 이어졌는지는 공시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오간 이야기는 기대이지 수주가 아닙니다.
그래서 유리기판은 매출 축이 아니라 진입 시도로 놓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계약 공시가 한 건 뜨는 순간부터 축으로 세면 됩니다.

여기까지 본 수치는 모두 2024년과 2025년 것입니다. 그보다 앞선 해를 찾아볼 때는 한 가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과거 실적을 찾아볼 때 정정 전 수치를 피하는 법
필옵틱스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다섯 개 사업연도의 재무제표를 정정했습니다. 2026년 3월 17일에 감사보고서를 기한 안에 내지 못한다고 공시했고, 3월 24일에 ‘적정’ 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정정을 하면 그때 발표됐던 숫자와 지금 유효한 숫자가 달라집니다. 문제는 예전 숫자가 인터넷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에요. 오래된 기사와 블로그 글, 지난 리포트에 적힌 값은 정정 전 기준일 수 있습니다.
정정 전 수치로 성장률을 계산하면 없던 성장이 생기거나 있던 감소가 사라집니다. 5년 치가 통째로 바뀐 회사라면 계산이 어긋날 자리가 그만큼 많아요.
피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사업보고서를 열고, 그 안에 실린 비교 표에서 과거 연도 수치를 가져오세요. 최근 보고서의 비교 표는 정정 후 기준으로 다시 적혀 있습니다.
두 축을 갈라 보는 법, 계약 공시에서 볼 자리, 과거 수치를 고르는 기준까지 나왔습니다. 이것을 하나로 묶으면 순서가 됩니다.
필옵틱스 실적을 다시 볼 때 확인하는 순서
먼저 연결 매출을 두 축으로 가릅니다. 필옵틱스 연결 매출에서 필에너지가 발표한 매출을 빼세요. 남은 쪽이 OLED 장비를 포함한 본체 몫이고, 뺀 쪽이 배터리 장비 몫입니다. 두 축 중 어느 쪽이 빠졌는지 알아야 회복도 어느 쪽에서 오는지 볼 수 있습니다.
그다음 공급계약 공시에서 종료일을 봅니다. 금액만 보면 그해 매출로 착각하기 쉬워요. 계약 종료일이 다음 해에 걸려 있으면 그 금액은 두 회계연도에 나뉘어 들어옵니다.
유리기판은 계약 공시가 났는지로만 셉니다. 장비 공개, 검사 장비 개발, 협력 논의는 매출이 아닙니다. 공급계약 공시가 뜨기 전까지는 축을 둘로 놓고 계산하세요.

이 순서로 봐도 결론이 뒤집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 고객사가 설비투자 계획을 바꾸면 앞의 계산이 통째로 달라져요. 장비 회사의 실적은 자기 힘으로 정해지는 부분이 크지 않습니다.
2026년 2분기 실적은 8월 19일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수치를 직접 확인하려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서 분기보고서와 공급계약 공시를 찾아보면 됩니다. 여기 적은 것은 사업 구조를 읽는 방법이고, 매수와 매도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필에너지도 따로 상장돼 있는데, 두 회사 매출을 더하면 되나요? A. 더하면 같은 매출을 두 번 세게 됩니다. 필에너지는 필옵틱스의 연결 대상 자회사라 필에너지 매출이 이미 필옵틱스 연결 매출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두 회사를 함께 볼 때는 더하지 말고 나눠서 보는 편이 맞습니다.
Q. 감사보고서에서 ‘적정’ 의견을 받았다는 건 실적이 좋다는 뜻인가요? A. 아닙니다. 감사의견은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맞게 작성됐는지에 대한 판단이라, 회사가 돈을 벌었는지와는 별개입니다. 큰 적자를 낸 회사도 적정 의견을 받습니다.
Q. 삼성SDI가 필에너지 지분을 갖고 있으면 주문도 계속 주는 건가요? A. 지분 관계와 발주는 따로 움직입니다. 삼성SDI는 필에너지 지분 14.12%를 가진 2대 주주지만, 장비 발주 시점은 배터리 라인 증설 계획에 맞춰 정해집니다. 지분율이 유지된다고 해서 해마다 같은 규모의 주문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Q. 한 번 발표된 공급계약이 나중에 바뀌기도 하나요? A. 계약 금액이나 기간이 변경되면 회사가 정정 공시로 알리게 되어 있습니다. 처음 본 공시만 기억하지 말고, 같은 계약에 정정 공시가 붙었는지 함께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유리기판 장비는 필옵틱스만 만드나요? A. 아닙니다. 유리기판 공정 장비는 국내외 여러 회사가 개발하고 있고, 기판 자체도 유리 소재 회사와 반도체 후공정 업체가 함께 뛰어들고 있습니다. 갖춘 라인업이 넓은 것과 고객사가 그 장비를 고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Q. 장비를 한 번 납품하면 그 뒤로는 돈이 안 들어오나요? A. 장비 회사는 납품 뒤에도 소모품과 유지보수에서 매출이 이어집니다. 다만 필옵틱스 매출이 한 해에 4분의 1로 내려앉은 것을 보면, 매출의 대부분이 신규 장비 납품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고객사가 라인을 늘리지 않는 해에는 남는 매출이 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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