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현대건설 수주잔고가 100조를 넘었다는 소식을 먼저 봤습니다. 그날 실적표를 같이 열었더니 플랜트·뉴에너지 부문 원가율이 113.5%로 찍혀 있더라고요. 그 부문은 매출이 1조원 늘면 손실이 1,350억원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2026년 6월 말 수주잔고 103조9831억원은 하나의 숫자로 읽으면 안 됩니다. 국내와 해외, 주택과 플랜트로 나눠 놓아야 이익이 남는 잔고와 남지 않는 잔고가 따로 보여요. 2분기 영업이익이 20.7% 늘어난 것도 잔고 전체가 아니라 주택 한 부문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먼저 나눌 것은 국내와 해외입니다.
하나, 수주잔고 103조를 국내와 해외로 나눠 보는 법
현대건설은 분기 실적을 낼 때 수주잔고를 국내와 해외로 나눠 알립니다. 6월 말 기준으로 국내가 73조8264억원, 해외가 30조1567억원이에요. 비율로 옮기면 국내 71%에 해외 29%입니다.
기사 제목에 적힌 103조라는 총액만 보고 넘어간 적 있으시죠? 거기까지만 보면 국내 주택 회사처럼 읽힙니다. 그런데 올해 새로 들어온 일감은 반대로 움직였어요.
상반기 신규 수주 22조8230억원 가운데 국내는 9조1548억원, 해외는 13조6682억원입니다. 새로 따낸 일감은 해외가 국내보다 4조5000억원 넘게 많았습니다. 쌓여 있는 잔고는 국내가 지배하는데 새로 채워지는 쪽은 해외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71 대 29는 고정된 값이 아닙니다. 앞으로 몇 분기에 걸쳐 해외 쪽으로 조금씩 옮겨가는 중인 값입니다.
잔고 안에서 가장 큰 덩어리는 주택이에요. 현대건설 36조2579억원에 현대엔지니어링 11조2847억원을 더해 47조5426억원, 전체의 45.7%입니다.
둘, 주택 잔고 47조는 이익으로 얼마가 남을까?
잔고 금액만으로는 이익을 알 수 없습니다. 그 부문의 원가율을 알아야 남는 몫이 나와요. 원가율이 86.9%라면 매출 100원당 13.1원이 매출총이익으로 남습니다.
2분기 현대건설 건축·주택 부문의 원가율이 그 86.9%였습니다. 매출 1조원당 약 1,310억원이 이익으로 남는 속도예요. 이 부문 매출 2조2783억원에서 매출총이익 약 3,000억원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 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은 5.4%였습니다. 1년 만에 13.2%로 올라섰어요. 매출은 5.2% 줄었는데 이익은 두 배 넘게 늘어난 자리입니다.

전체 실적이 어긋나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2분기 연결 매출은 6조8423억원으로 11.4% 줄었는데 영업이익은 2618억원으로 20.7% 늘었어요. 영업이익률은 2.8%에서 3.8%로 올라갔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 건축·주택도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매출 1조1427억원에 원가율 87.2%로 1462억원을 남겼어요.
그런데 잔고가 늘었다고 이익이 따라 늘지는 않습니다. 잔고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부문은 정반대로 움직였어요.
셋, 잔고가 늘면 이익도 는다는 말이 플랜트에서 뒤집힌다
플랜트·뉴에너지 수주잔액은 16조3374억원으로 1년 전보다 28.9% 늘었습니다. 증가율로는 건축·주택의 4.4%를 크게 앞섭니다. 잔고만 세면 가장 잘나가는 부문이에요.
같은 분기 이 부문 원가율은 113.5%였습니다. 매출 100원을 올리는 데 원가가 113.5원 들어갔다는 뜻이에요. 매출 1조92억원에서 매출총손실 1362억원이 나왔습니다.
매출 1조원당 약 1,350억원이 사라지는 속도입니다. 주택 1조원이 1,310억원을 남기는 것과 부호가 반대예요. 지난해 같은 기간 원가율이 100.2%였으니 1년 사이 13.3%포인트 나빠졌습니다. 토목도 원가율 105.1%로 269억원 손실이었습니다.

플랜트 잔고에는 쏠림도 있습니다. 16조3374억원 가운데 미국 전기로 제철소 한 건이 5조3000억원, 32.4%를 차지해요. 상반기 플랜트 신규 수주 5조6790억원 중에서도 95.1%가 이 한 건입니다.
같은 플랜트라도 결과가 하나는 아니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 플랜트·인프라는 원가율 89.4%로 매출 1조1849억원에서 1253억원을 남겼어요. 원가 부담은 회사 전체가 아니라 현대건설 본체가 앞서 따낸 해외 현장에 몰려 있습니다.
그럼 이 잔고가 매출로 바뀌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요?
넷, 수주잔고 3.8년치를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현대건설은 103조9831억원을 약 3.8년치 일감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매출 속도로 다 소화하는 데 3.8년이 걸린다는 계산이에요. 잔고를 연간 매출로 나누면 누구나 같은 값을 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속도가 지금 느려졌다는 점입니다. 상반기 매출은 13조1236억원으로 13.5% 줄었어요. 잔고는 사상 최대인데 매출은 뒷걸음쳤습니다.
시차는 국내 도시정비사업에서 주로 생깁니다. 시공권을 따내도 인허가와 착공 일정에 따라 매출로 잡히는 시점이 밀려요. 회사도 매출로 바뀔 물량은 연말에 취합해 내년 사업계획을 낼 때 산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볼 숫자는 기다릴 수 있는 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음 분기 실적까지만 보는 경우 — 플랜트·뉴에너지 원가율 한 줄이면 됩니다. 113.5%가 100% 아래로 내려오는지가 영업이익의 방향을 정합니다.
1~2년 이상 두고 보는 경우 — 국내 잔고 73조8264억원이 착공으로 넘어가는 속도를 봅니다. 상반기처럼 매출이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지는지가 먼저예요.
해외 쪽 변화를 확인하려는 경우 — 미국 전기로 제철소가 언제부터 매출로 잡히는지를 봅니다. 플랜트 잔고의 32.4%가 이 한 건이라 인식 시점이 그대로 부문 실적이 됩니다.
신규 수주 총액은 굳이 따라가지 않아도 됩니다. 상반기 22조8230억원으로 연간 목표 33조4000억원의 68.3%를 채웠지만, 이 숫자는 다음 분기 이익을 알려주지 않아요. 목표를 채워도 원가율이 100%를 넘는 현장이 섞여 있으면 매출이 늘수록 손실이 커집니다.
원가율은 분기마다 출렁입니다. 공사 정산이나 발주처와의 협의 결과가 한 분기에 몰려 반영되기도 해요. 한 분기 숫자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같은 부문의 원가율을 몇 분기 이어서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여기 적은 수치는 회사가 공시한 2026년 2분기 실적 기준입니다. 분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직접 열어볼 수 있고, 부문별 수주잔고와 원가율은 회사 IR 자료에 함께 실립니다. 종목을 담을지 말지는 자금 사정과 투자 기간에 따라 달라지므로, 판단이 서지 않으면 거래하는 금융투자회사의 상담 창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주잔고와 신규 수주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신규 수주는 그 기간에 새로 계약한 금액이고, 수주잔고는 아직 매출로 잡히지 않고 남아 있는 계약 총액입니다. 신규 수주가 잔고로 들어가고, 공사가 진행된 만큼 잔고에서 빠져 매출로 옮겨갑니다.
Q. 현대엔지니어링 숫자가 왜 같이 나오나요? A.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의 연결 대상 자회사라 연결 실적과 연결 수주잔고에 합산됩니다. 연결 기준 103조9831억원에는 두 회사 물량이 함께 들어 있고, 부문별 매출과 원가율은 회사별로 나눠 공시됩니다.
Q. 원가율이 100%를 넘는 현장은 중간에 접으면 되지 않나요? A. 건설 도급 계약은 착공 뒤 임의로 그만두기 어렵고, 중단하면 지체상금이나 손해배상 문제가 따라옵니다. 그래서 손실이 예상되는 현장은 회계 기준에 따라 예상 손실을 미리 반영해 두고 공사를 끝내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해외 수주잔고는 환율이 바뀌면 금액도 달라지나요? A. 외화로 맺은 계약은 원화로 환산해 공시하므로 환율에 따라 잔고 금액이 움직입니다. 같은 공사인데 잔고가 늘거나 줄어 보일 수 있어서, 해외 잔고가 바뀌었을 때는 신규 수주 때문인지 환율 때문인지 나눠 봐야 합니다.
Q. 재건축·재개발 시공권을 따내면 바로 잔고에 들어가나요? A. 조합과 도급 계약을 맺는 시점에 잔고로 잡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관리처분 인가와 이주·철거를 거쳐야 착공하므로, 잔고에 들어온 뒤 매출로 옮겨가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Q. 배당은 수주잔고와 어떻게 연결되나요? A. 잔고는 앞으로 매출이 될 재료일 뿐 그 자체로 들어온 현금이 아닙니다. 배당 재원은 실제로 벌어들인 이익과 현금흐름에서 나오므로, 잔고와 함께 영업활동현금흐름과 부문별 이익을 보는 편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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