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이라는 이름을 보고 아연을 파는 회사라고 생각하신 적 있으시죠?
2026년 반기보고서를 열면 그 짐작이 먼저 어긋납니다. 지배회사 별도 기준으로 금속별 매출을 더하면 8조 3404억원인데, 이 가운데 은이 4조 1080억원입니다. 비중으로 49.3%, 절반에 가깝습니다. 같은 기준에서 아연은 1조 5626억원, 18.7%예요.
그런데 은이 회사에 얼마를 남겨 줬는지는 같은 보고서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매출은 금속별로 잘려 있는데, 영업이익은 금속이 아니라 사업 형태별로 잘려 있기 때문이에요.
어긋남이 어디서 시작되는지는 금속별 매출표를 펼쳐 보면 드러납니다.
매출 8조 3404억을 금속별로 나누면 은이 절반이다
반기보고서에서 금속별 매출을 담은 표는 지배회사 별도 기준입니다. 자회사를 합친 연결 숫자가 아니라, 고려아연이라는 회사 하나가 판 금액을 금속으로 나눠 놓은 표예요.
이 표에 이름이 올라간 금속은 다섯 가지이고, 나머지는 기타 한 줄로 묶여 있습니다. 2026년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큰 줄은 은입니다. 금액은 4조 1079억 8300만원, 비중은 49.3%입니다.
그다음이 아연으로 1조 5626억 1500만원, 18.7%입니다. 금이 1조 2251억원으로 14.7%를 차지합니다. 연은 7172억 1400만원으로 8.6%입니다. 동이 3336억 3900만원으로 4.0%, 기타가 3938억 4700만원으로 4.7%입니다.
여섯 줄을 다 더한 값이 8조 3403억 9800만원입니다. 은과 아연만 놓고 보면 은이 아연의 2.6배예요.

회사 이름에 붙은 금속이 두 번째로 밀린 셈인데, 이 순위가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2024년에는 아연이 1위였다
같은 표에는 지난 두 해의 비중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2024년에는 아연이 31.7%로 가장 컸고, 은은 29.5%로 그 뒤였어요. 회사 이름과 매출 1위가 맞아떨어지던 마지막 해입니다.
순서가 뒤집힌 것은 2025년입니다. 아연이 24.2%로 내려가는 사이 은은 33.0%로 올라섰습니다. 이때만 해도 두 금속의 차이는 9%포인트 남짓이었어요.
2026년 상반기에는 격차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은 49.3%에 아연 18.7%, 2.6배 차이입니다.
같이 올라간 금속이 하나 더 있습니다. 금은 2024년 9.2%에서 2026년 상반기 14.7%가 됐어요. 2년 사이에 아연과 자리를 다투는 위치까지 올라온 것은 은과 금 두 가지입니다.

다만 매출 비중은 판 물량과 판 가격이 함께 만드는 값입니다. 이 표는 금액과 비중만 담고 있어서, 은 비중이 오른 것이 물량 때문인지 가격 때문인지는 여기서 나누어 볼 수 없습니다.
순위표를 읽다 보면 더 근본적인 물음이 남습니다. 아연을 만드는 회사에서 은이 이만큼 나온다는 것 자체가 낯설게 들리니까요.
한 공정에서 여섯 금속이 함께 나오는 이유
쓰이는 곳부터 보면 이 금속들은 서로 남남입니다. 아연은 강관과 강판, 철선에 입히는 도금용으로 나갑니다. 연은 수요의 대부분이 배터리 제조용입니다. 금과 은 같은 귀금속은 산업재와 장신구, 투자 수요로 갈립니다.
용도가 이렇게 갈라지는데도 한 회사의 매출표에 나란히 서 있는 이유를 보고서가 한 줄로 적어 놓았습니다. 다양한 금속과 제품을 통합 생산 공정으로 함께 만들어 그 효율을 끌어올린다는 설명입니다. 금속마다 따로 공장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묶인 공정에서 같이 만들어 낸다는 뜻이에요.

이 문장이 매출표를 읽는 방식을 바꿉니다. 은 비중이 올랐다는 말을 아연을 덜 만들었다는 뜻으로 옮기면 어긋납니다. 표에 적힌 것은 만든 양이 아니라 판 금액이고, 이 금속들은 애초에 갈라져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 은이 이익도 절반을 만들었을까요. 이 물음 앞에서 보고서가 답을 내주지 않습니다.
은 49.3%는 이익의 49.3%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보고서로는 알 수 없습니다. 매출을 나눈 축과 이익을 나눈 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에요.
연결 기준 부문 정보에서 회사는 사업을 세 갈래로 나눕니다. 비철금속 제조 및 판매, 비철금속 수출입, 그리고 폐기물처리와 광물입니다. 금속 이름이 아니라 사업 형태로 잘려 있습니다.
그러면 세 부문은 각각 얼마를 벌었을까요. 2026년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제조 및 판매 부문은 매출 9조 6933억원에 영업이익 1조 2415억원입니다. 수출입 부문은 매출 3조 1823억원에 영업이익 550억원입니다. 폐기물처리와 광물을 묶은 부문은 매출 4139억원에 영업손실 136억원입니다.
영업이익률로 바꾸면 세 부문의 성격이 갈립니다. 제조 및 판매가 12.8%, 수출입이 1.7%입니다. 연결 전체로는 매출 12조 4446억원에 영업이익 1조 3332억원이니 10.7%예요.
문제는 은과 아연이 모두 첫 번째 부문 안에 함께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제조 및 판매가 낸 영업이익 1조 2415억원에서 은 몫이 얼마인지는 공시에 없습니다. 금속별 영업이익도, 금속별 이익률도 회사가 밝히지 않습니다.
두 표를 나란히 놓으면 어긋남이 한 번 더 드러납니다. 금속별 매출표는 지배회사 별도 기준이고, 부문별 손익은 연결 기준입니다. 별도 기준 금속별 매출 8조 3404억원은 연결 매출 12조 4446억원의 67%에 해당합니다.

덮는 범위도 다르고 나누는 축도 다른 두 표인 셈입니다. 그래서 은 비중 49.3%에 연결 영업이익 1조 3332억원을 곱하는 계산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세 부문의 매출을 그냥 더해도 연결 매출과 맞지 않는데, 회사끼리 주고받은 거래를 걷어내는 조정이 들어가기 때문이에요.
두 표가 이렇게 다르다면, 볼 때마다 어느 쪽을 펼쳐야 하는지가 남습니다.
고려아연 숫자를 별도로 읽을 때와 연결로 읽을 때
무엇을 알고 싶은지가 펼칠 표를 정합니다.
이 회사가 무엇을 팔아 돈이 들어오는지 보려면 금속별 매출표를 엽니다. 사업의 내용 안에 있는 주요 제품 항목의 지배회사 별도 기준 표입니다. 은과 아연의 순위, 금의 비중 변화가 여기서 나옵니다.
회사가 얼마를 남겼는지 보려면 연결 기준으로 넘어갑니다. 연결 손익계산서의 영업이익과 주석의 부문별 정보가 그 자리예요. 다만 여기서 나오는 것은 금속별 이익이 아니라 사업 형태별 이익입니다.
피해야 할 것은 두 표를 한 문장에 섞는 읽기입니다. 매출 비중을 이익 비중으로 옮겨 적는 것, 별도 숫자와 연결 숫자를 같은 계산에 넣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은이 매출의 절반이라는 사실과 은이 이익의 절반이라는 문장은 근거가 전혀 다릅니다.
금속별 영업이익률을 직접 계산해 보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공시에 그 값을 낼 재료가 없어서, 어떤 식으로 나눠도 가정이 하나 들어가고 그 가정은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보고부문을 어떻게 나눌지는 회사가 정합니다. 회사가 부문 구분을 바꾸면 다음 보고서의 표 모양이 지금과 달라지고, 그때는 예전 숫자와 그대로 견줄 수 없습니다.
여기 적은 값은 2026년 8월 14일에 접수된 반기보고서에 실린 숫자입니다. 원문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회사 이름으로 찾아 열 수 있고, 표를 직접 확인할 때는 각 표 위에 붙은 별도와 연결 표시를 먼저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금속이 판매량도 가장 많은 건가요? A. 아닙니다. 표에 실린 것은 판 금액이고 금속마다 단가 차이가 큽니다. 판매량이 몇 톤인지는 이 표에서 확인할 수 없습니다.
Q. 지배회사 별도 기준이라는 말은 자회사를 뺀 숫자라는 뜻인가요? A. 네, 자회사를 합치지 않은 고려아연 한 회사의 숫자입니다. 자회사까지 합친 값은 연결 재무제표에 나오고, 두 숫자는 크기가 다릅니다.
Q. 기타 4.7%에는 어떤 금속이 들어 있나요? A. 표는 기타 한 줄로만 묶어 두고 세부 항목을 밝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줄에 무엇이 담겼는지는 보고서만으로 갈라볼 수 없습니다.
Q. 표에 나란히 있는 2024년, 2025년, 2026년 숫자는 기간 길이가 같나요? A. 2026년 값은 상반기 여섯 달을 담은 반기 숫자이고, 앞의 두 해는 한 해 전체입니다. 기간이 다르므로 금액을 그대로 견주기보다 비중으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Q. 회사가 보고부문 구분을 바꾸면 예전 표와 비교할 수 있나요? A. 구분을 바꿀 때 이전 기간 숫자를 새 구분에 맞춰 다시 표시했는지가 주석에 적힙니다. 그 설명을 먼저 읽고 나서 비교 범위를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반기보고서는 언제 나오나요? A. 상반기를 마감한 뒤 정해진 기한 안에 접수되며, 2026년 반기보고서는 8월 14일에 접수됐습니다. 접수 날짜는 전자공시시스템의 공시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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