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주잔고가 늘면 다음 분기 매출도 늘어난다고들 봅니다. 두산퓨얼셀의 2026년 반기보고서는 그 반대를 보여줍니다.
6월 말 수주잔고는 2조 510억으로 쌓여 있는데, 2분기 매출은 443억에 그쳤고 영업손실 509억을 냈습니다. 잔고와 매출이 이렇게 어긋난 이유는 잔고의 94%가 20년에 걸쳐 나눠 받는 유지보수 계약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6%는 언제 매출이 될까요? 답은 이 회사가 매출을 잡는 방식 두 가지에 있습니다. 공시에서 주기기라고 부르는 연료전지 본체부터 봅니다.
연료전지 본체 매출은 넘겨준 분기에 한꺼번에 잡힌다
두산퓨얼셀의 매출은 두 갈래로 나뉘어 장부에 올라갑니다. 하나는 한 시점에 이행하는 수행의무, 다른 하나는 기간에 걸쳐 이행하는 수행의무입니다.
발전소에 들어가는 연료전지 본체는 앞쪽입니다. 고객에게 물건을 넘긴 그 시점에 계약금액이 한꺼번에 매출로 잡힙니다. 공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에 따라 조금씩 나눠 인식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장기유지보수계약(LTSA)은 뒤쪽입니다. 발전소가 다 지어진 뒤 정해진 기간 동안 정비를 맡는 계약이라, 총액을 계약기간으로 나눠 균등하게 매출로 올립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 1,891억을 이 기준으로 갈라 보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한 시점에 이전한 금액이 1,431억이고, 이게 전부 본체 매출입니다. 기간에 걸쳐 이전한 금액은 460억이고, 이건 전부 서비스 매출입니다.
여기에 2분기 매출 443억을 대보면 상반기 인도가 언제 몰렸는지 드러납니다. 상반기 1,891억에서 2분기 443억을 빼면 1분기 매출이 1,448억입니다. 상반기 본체 매출 1,431억과 거의 같은 금액이에요.
1분기에 넘긴 물건이 상반기 본체 매출을 사실상 다 만들었고, 2분기에는 넘긴 물건이 거의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남아 있는 2조 510억은 어느 쪽에 얼마나 들어 있을까요?
수주잔고 2조 510억에서 올해 매출이 될 몫 갈라내는 법
수주잔고를 한 덩어리로 보면 이 회사 손익이 보이지 않습니다. 반기보고서는 잔고를 본체와 LTSA로 나눠 적어 두었습니다.
본체 잔고는 1,208억입니다. LTSA 잔고는 1조 9,302억으로, 전체 2조 510억의 94%를 차지합니다.

94%를 차지하는 LTSA 잔고가 한 해에 얼마씩 매출로 잡히는지는 나눗셈 한 번으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계약기간이 20년이고 총액을 균등하게 나눠 인식하니, 1조 9,302억을 20으로 나누면 한 해 약 965억입니다. 상반기 서비스 매출 460억을 두 배 한 920억과 비슷한 수준이에요.
다만 잔고에는 발전소가 아직 준공되지 않아 정비가 시작되지 않은 계약도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올라오는 금액은 이 값 언저리에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손익을 흔드는 쪽은 나머지 6%입니다. 본체 잔고 1,208억은 2025년 한 해 본체 매출 3,590억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지난해 속도로 물건을 넘긴다면 넉 달치가 조금 넘는 물량만 남아 있는 셈입니다.
2분기 매출 443억과 이 얇은 층은 같은 이야기입니다. 넘길 물건이 줄어든 만큼 한꺼번에 잡을 매출도 줄었습니다.
그런데 잔고가 얇아진 것과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숫자가 재무제표에 하나 더 있습니다. 계약부채입니다.
선급금은 받고 아직 넘기지 않은 물량 717억
계약부채는 고객에게 돈은 먼저 받았지만 아직 물건이나 서비스를 넘기지 않아 매출로 올리지 못한 금액입니다. 이 항목이 전기말 159억에서 6월 말 717억으로 늘었습니다. 반년 사이 4.5배입니다.
두산퓨얼셀의 본체 계약은 대금을 세 번에 나눠 받는 구조입니다. 계약할 때 선급금으로 50%, 제작 진행에 맞춰 기성금으로 40%, 인도를 마치고 잔금 10%를 받습니다.
즉 717억은 선급금과 기성금은 들어왔는데 아직 넘기지 않은 물량이 그만큼이라는 뜻이에요. 받을 물량은 쌓이는 중인데 2분기에 넘긴 물건이 없었던 것입니다.
돈이 들어오는 순서와 매출로 잡히는 순서가 이렇게 어긋나면, 넘길 물건이 없는 분기에는 비용만 남습니다. 2분기 손익계산서가 그렇게 생겼습니다.
2분기 영업손실 509억을 만든 것은 재고평가손실이 아니다
적자 규모를 보고 원가가 튀었다고 읽기 쉽습니다. 반기보고서에 적힌 방향은 반대입니다.
2분기에 재고자산평가손실은 오히려 258억이 환입됐습니다. 쌓아 둔 재고의 가치를 깎아 놓았던 것을 되돌렸다는 뜻이니, 손익에는 플러스로 작용한 항목입니다.
성격별로 나눈 비용 총액도 1년 전과 사실상 같았습니다. 바뀐 것은 매출입니다. 2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7% 줄었습니다.
비용 안에서 눈에 띄게 늘어난 항목은 두 가지입니다. 감가상각비가 53억에서 154억으로 세 배가 됐고, 장기계약손실충당부채 44억이 새로 잡혔습니다. 6월 말 충당부채 잔액은 615억입니다.
공장이 놀아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상반기 가동률은 86%로, 전년 같은 기간 79%보다 오히려 높았습니다. 설비를 새로 늘린 것도 아니어서 상반기 시설투자는 0원이고, 앞으로 3년 계획도 0원으로 적혀 있습니다.
정리하면 고정비와 품질 관련 비용은 그대로 나가는데 넘길 물건이 없던 분기였습니다. 그러면 넘길 물건은 언제 들어올까요?
반기말 잔고에 안 들어간 새 수주 7건
반기말 잔고는 6월 30일까지 맺은 계약만 담고 있습니다. 그 뒤로 공시된 계약이 일곱 건 있습니다.
가장 큰 건은 8월 5일 공시된 독일 연료전지 기업 Reverion 앞 공급 계약입니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의 핵심 부품인 스택을 대는 계약으로, 금액은 1,087억입니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맺은 수출 계약 가운데 가장 큰 규모입니다.
8월 12일에는 와이에이치파워 두 곳과 맺은 계약 네 건이 한꺼번에 공시됐습니다. 본체가 606억, LTSA가 563억입니다.

그 앞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위드인천에너지와 맺은 LTSA 두 건이 있습니다. 일곱 건 모두 6월 30일 이후라, 반기보고서 잔고에는 한 건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새 계약이 언제 매출이 되는지는 앞에서 본 두 방식이 그대로 정합니다. 본체는 선급금 50%를 먼저 받고 인도까지 2년 가까이 걸리므로, 매출로 잡히는 시점은 그만큼 뒤입니다. LTSA는 발전소 종합준공이 끝난 뒤 20년 동안 분기마다 나눠 받습니다.
본체는 인도를 마쳐야, LTSA는 발전소가 준공돼야 매출이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발전사업자는 입찰시장에서 물량을 받아야 발전소를 짓습니다.
2026년 수소발전 입찰에서 열리는 시장 2가지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마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열고, 여기서 물량을 받은 사업자가 연료전지 발전소를 짓습니다. 2026년분 개설물량은 행정예고로 정해졌고, 시장은 두 곳으로 나뉩니다.
일반수소 시장은 930GWh입니다.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든 수소로 발전하는 설비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청정수소 시장은 500GWh입니다. 탄소 배출이 적은 수소나 암모니아를 쓰는 설비가 대상인데, 전년 개설물량 3,000GWh의 6분의 1로 줄었습니다.
입찰 개설은 2026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습니다. 2026년 8월 17일 기준으로 낙찰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낙찰이 끝나야 발전사업자가 설비를 주문하고, 그 주문이 본체 수주로 이어집니다. 그러면 주주는 분기마다 무엇을 보고 다음 매출을 가늠해야 할까요?
두산퓨얼셀 수주 공시가 다음 분기 매출을 알려주지 못하는 이유
수주 공시는 계약 총액과 계약 기간을 적습니다. 언제 물건을 넘기는지, 그래서 어느 분기 매출이 되는지는 적지 않습니다. 본체 매출이 인도 시점에 한꺼번에 잡히기 때문에, 공시 금액만으로는 다음 분기 매출을 맞힐 수 없습니다.
잔고 총액도 같은 이유로 답이 되지 못합니다. 2조 510억 가운데 94%인 LTSA 잔고는 20년에 걸쳐 균등하게 나뉘므로, 잔고가 늘어도 올해 매출이 그만큼 늘지는 않습니다.
분기 실적을 볼 때는 숫자 세 개를 먼저 찾으면 됩니다. 본체 수주잔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계약부채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매출 주석에서 한 시점에 이전한 금액이 얼마인지입니다. 세 숫자 모두 분기보고서와 반기보고서 주석에 나옵니다.
다만 인도 일정은 발전소 공정에 따라 미뤄지기도 합니다. 발전사업자 쪽 준공이 늦어지면 본체 잔고가 남아 있어도 그 분기 매출로 잡히지 않습니다.
계약이 해지되거나 금액이 바뀌면 정정 공시가 다시 나옵니다. 수치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최신 보고서와 공시에서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고, 계약 조건을 더 알고 싶으면 회사 IR 담당에 문의할 수 있습니다. 여기 적은 숫자는 2026년 상반기 반기보고서와 8월 12일까지 공시된 계약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두산퓨얼셀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어떤 관계인가요? A. 두 회사 모두 두산그룹에 속하지만 각각 따로 상장된 별개 법인입니다. 두산퓨얼셀이 낸 공시 가운데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계약상대방으로 적힌 건도 있어서, 계열사이면서 거래처이기도 합니다. 계약별 상대방은 각 수주 공시의 계약상대방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SOFC는 이 회사가 국내에 공급해 온 연료전지와 뭐가 다른가요? A. SOFC는 고체산화물을 전해질로 쓰는 연료전지로 수백 도 이상 고온에서 작동하고, 국내 발전소에 주로 들어간 것은 인산을 전해질로 쓰는 인산형 연료전지(PAFC)입니다. 전해질과 작동 온도가 다르면 부품 수명과 정비 주기도 달라집니다. Reverion 계약은 완성된 발전설비가 아니라 스택이라는 부품을 공급하는 계약입니다.
Q. 수주잔고에 잡힌 계약도 취소될 수 있나요? A. 계약이 해지되거나 금액이 바뀌면 회사가 정정 공시를 내고, 잔고에서도 그만큼 빠집니다.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를 낸 건은 변경 사항이 생길 때 정정 공시 의무가 따르므로, 같은 계약의 공시 이력을 함께 보면 변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계약부채가 늘어난 것은 언제나 좋은 신호인가요? A. 계약부채는 받은 돈 가운데 아직 매출로 올리지 못한 금액이라, 늘었다는 것은 넘길 물량이 밀려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인도가 계획보다 늦어져서 쌓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계약부채만 보지 말고 같은 기간 본체 수주잔고와 나란히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Q. 3분기 실적은 언제 확인할 수 있나요? A.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분기보고서를 분기 종료 후 45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9월 말 기준 3분기 보고서는 11월 중순까지 올라오고, 그보다 앞서 연결 잠정실적 공정공시가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해외 수출 계약은 환율에 따라 금액이 바뀌나요? A. 계약 통화가 외화면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환율에 따라 달라집니다. 공시에 적힌 원화 금액은 공시 시점 환율로 환산한 값입니다. 계약 통화와 환산 기준은 해당 공시의 계약금액 항목과 재무제표 주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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